나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아닌, 젠더퀴어라는 걸 알게 되고 수많은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육체의 성과 정신의 성이 다른, 아니 그 경계가 모호하여 나 자신을 숨기려 하는 경향이 마음 속으로부터 짙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된 오프라인, 인터넷에서는 그야말로 나의 존재를 숨길 수 있기에 내가 가진 문제도 완벽하게 은폐할 수 있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 그 누구에게도 내가 성소수자라고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믿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가족, 친구도 마찬가지다. 이는 내가 독립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서일 수도 있다. 내 젠더퀴어의 성 정체성은 여성에 치우쳐져 있다. 그렇기에 남성의 몸을 버리지 않고 여성의 매력을 발휘하고 싶다. 그것이 쉬운 일인가. 남성과 여성은 서로 신체적인 구분이 가능하기에, 여성적으로 꾸미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나의 현실 모습을 뽐내보고 싶지만 여성적인 모습을 드러내기가 어려워, 그러지 못한다. 목소리도, 노래도 여성처럼. 성격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남성으로써의 성 정체성은 비율이 적을 뿐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고통스럽다. 어쩌면 여성도, 남성도 아닌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도 나의 성별을 직접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는 강박이 너무나도 크게 성장하여,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피한다. 연상에게 정해진 호칭(형, 누나, 오빠, 언니)으로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누군가와 만나는 것도 원하지 않다. 전문가와 직접 상의를 하고 싶지만, 가족이 이러한 문제를 몰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직접 돈을 벌어서 해내보려 하고 싶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할 자신이 있을까. 혼자서 끙끙 앓지 말라고, 많은 사람들이 충고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