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알고지낸건 작년부터 같이 다니는건 올해부터 시작한 친구가 하나 있다. 학기초에 아는 사이라고 별 생각없이 다니기 시작했다가 지금까지도 같이 다니는 중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 친구가 싫었고 지금도 싫다.
나는 인간관계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친해지게된 반 애들과도 쉽사리 친해지지 못하는게 너무 힘들었고 짜증났다. 나 이외에는 그 누구와도 친해질 생각도 하질 않았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꼭 친해야만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애의 과도하게 소극적인 태도가 내 행동에 제약을 주고 피해를 주는게 싫었다.
1학기 땐 종종 쉬는시간에 같이 어울리다가
어느순간 2학기부터는 쉬는시간에 같이 어울리는 일이 절대 없었다. 걔는 하루종일 잠만 잔다.
전담실 갈때도 세상 모르고 자고있다. 깨워서 전담실에 데려가면서 얘는 나 없었으면 어떻게 할려고.. 하는 생각을 한다. 전담실에 가는 길에도 썩 유쾌하진 않다.
걔는 대부분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낀채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비비며 간다. 나는 그 모습이 답답해보여서 싫다. 내가 분위기를 환기하려 이리저리 말을 꺼내도 대화는 잘 이어지질 않는다. 나는 그럴때마다 학기초에 이 친구와 같이 밥먹길 시작했던 나를 탓한다.
시험기간에 시험 얘기를 할 때마다 부정적으로 대꾸하며 본인이 포기한걸 자랑스레 여기는 모습도 싫었다. 대체 왜 미래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지 별 걱정도 하지 않는건지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빨리 죽고싶다고 말하는지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하려 노력해본적도 없었다.
여름엔 우연히 걔의 팔에 무수히 그인 자해자국을 본적이 있다. 왜 한여름에 그리 팔을 꽁꽁 싸매고 다녔는지 그제서야 알것 같았다. 애초에 알려고 한 적도 없긴 하지만. 처음 본 자해자국 이었지만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었구나 하고.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팔이 왜 그렇냐 상처가 왜 있냐 많이 아플것 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걔와 나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서로의 개인적인 사정에 대한 것을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걔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가 아니었고 그래서 그 무엇도 굳이 알고싶지 않았다. 그건 아마 걔도 마찬가지일거다.
상처는 심해지고 아물고를 반복하다가 여름방학이 되었다.
제대로된 연락한번 하지않다가 개학을 했고 나는 그 이후로 그 애의 팔에 대해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춘추복을 입기 시작해서이다.
그렇게 단조롭게 흘러가듯 학교생활을 했다. 나는 여전히 그 애가 싫었다. 같은 반이 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얼마 전 일이다. 반친구가 잠깐 자리를 바꿔달라한다. 그러면서 걔랑 친하냐고 묻는다. 아무래도 자리를 바꾸면 내가 걔 옆자리로 가게되는 듯 했다. 선뜻 대답이 바로 나오지않았다. 잠깐 고민하다가 응 아마 하고 답했다.
남들 눈에 친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다니는걸로 보여지는게 싫어서이다.
그건 수학시간이었다. 내가 옆에 앉자 당황한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대체 왜 당황하는건가 싶어 짜증이 나 쟤가 바꿔달랬어 하고 내뱉었다. 아 그렇구나 하는 표정이 되더니 다시 잘려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시킨 수학 학습지는 이미 뒷전인채로.
이상하게 그날따라 걔가 자는게 보고싶지 않았다. 제발 그만 좀 잤으면 싶었다. 매일 그렇게나 자면서 더 잘게 어딨다고 그러는거지? 이상하게 열이 받아 잘때마다 깨우며 학습지를 하라고 재촉했다.
아마 남들이 봤으면 자는 친구 깨워가며 공부***는 사이좋은 우정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학시간은 끝이났고 그 애의 학습지는 결국 마지막까지 깨끗했다. 나는 열받았으나 곧 잊어버렸다. 나에게 그 애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므로.
그 날 밤에 장문으로 걔에게서 카톡이 왔다.
본인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투의 내용이었다.
우울증 약과 다른 정신병 약들을 복용하고 있고
수면제도 처방받아 먹고있다 했다.
밤엔 불면증이 생겨 잠을 새벽까지 못잔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는 못들은걸로 해달라며 학교에서도 이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놀랐다. 그러나 이 카톡의 내용 때문에 놀란게 아니었다. 사실 전부 대충은 알고있던 내용이었다.
불면증은 초반부터 알던 내용이었으며
자해 자국을 봐서인지 우울증은 그닥 충격받을 정도가 될 수 없었다. 나는 이 카톡을 읽고나서도 감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던 내게 놀랐다.
역시 그랬구나.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걸 말해주는거지? 나에게 이해를 요구할만큼 서로 시간을 들이는것도 아니면서 서로 더 불편해질 뿐인데 왜?
알고싶지 않은걸 알아버린 것 같았다. 끝까지 지레짐작으로 남았으면 더 좋았을걸 싶었다.
서로 소중한 사람도 아닌데 본인 속내를 남에게 드러내는건 여러모로 불편하다.
어색해지는건 상관없지만 그 애의 그런 면을 알게된 뒤 내가 더 신경써야할게 벌써부터 피곤하다.
나는 역시 걔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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