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도 올린 적이 있지만, 여기에도 남겨두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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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Ame0702
·6년 전
다른 곳에도 올린 적이 있지만, 여기에도 남겨두고 싶어 복사해서 적어봅니다. 애석하고 부끄러운 인생의 자국을 익명이라는 이름 하에 남겨둘려고 합니다. 부디 제 과거가 어딘가에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제 과거가 이러니까 내가 이런 사람인 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등의 생각을 갖고 쓰는 건 아닙니다. 과거는 사람이 개개인에게 갖고 있는 고유적인 것이기에 누구 하나도 내가 더 힘들다는 둥으로 덮으려고 드는 건 옳지 않다고 보는 생각에 조금은 적어두려고 합니다. 그 어떤 다른 의도도 없는 그저 남겨두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더럽기 짝이 없는 아***라 칭하기 싫은 아***와 지금은 이미 신뢰가 다 깨져 서로를 조금씩 경계하고 있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작부터 가정환경이 별로 안 좋아서 부모님 두 분 다 직장 때문에 저는 조부모님 댁, 즉 할아***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할아***가 매우 좋았습니다. 저에게 되게 인자하게 대해주시고 저에게 되게 많은 걸 가르쳐주었습니다. 덕에 저는 어렸을 때부터 꽤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목숨은 끝이 있고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듯, 저희 할아***도 저에게 끝내 마지막을 고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그 마지막이 저에게는 아주 추악한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위(혹은 식도)에 생긴 궤양을 의사들은 죽을거라 확정하여 방치해댔고 저희 할아***는 그 속에서 점점 죽어가셨던 겁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가는 걸 본 옛날의 저는 순수하지만 애석하게도 '할아***가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할아***는 더 이상 제 곁에 계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던 날, 제가 제일 펑펑 울었다고 어른들은 그러더군요. 불행인가 뭔가하는 게 거기에서 끝났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몇 년 안 가, 저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습니다. 아***라는 사람이 책임감 없이 지냈던 거죠. 어머니의 말로는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물론 동생이 태어났을 때도 똑같았지만), 계속 줄곧 아***는 아무런 책임도 안 졌던 겁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크게 번져놓는 것, 아***가 가출하시는 것, 그것들을 계속 두려움에 지켜보기만 해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아주 어렸던 제 동생은 무슨 죄였을까요. 이혼은 제가 초등학생 때 시행한 후, 제가 중학생에 올라왔을 때 알게되었습니다. 그 때는 제 정서도 무지 불안정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영 좋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생활 6년 내내 거의 왕따였다고 보면 어떨거라 생각하시나요? 어쨌든 그걸 안 순간 저는 모든 걸 감안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끊이질 않는 죄책감을 줄곧 느껴와야 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서도 무지 안 좋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전 저만 우울증이라면서 제 우울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며 자해, 자살시도 등으로 피해를 주었으니까요.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리석게 민폐만 끼치고 뭐하는 거냐, 이런 생각들은 지금도 남아돌아 저에게 강박증 비슷한 걸 주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생활도 추했습니다. 합창대회랑 동아리에서 다굴도 당했었고 무지 싫어진 친구는 절 계속 들먹이는데 담임선생님은 제 사정을 짓밟으시면서 그 아이만 편애했기 때문입니다. 어쩜 이리 추악할 수 있을까요.(그 친구는 지금의 저하고는 많이 관계가 원활해졌지만 예전이랑 비해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 조금은 거슬립니다. 우울은 전염이 가능한 물질, 그것을 계속 티내면서 자기만 힘들다고 내세우는 건 너무 제 맘에 안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는 몇 번 정신과 치료도 받았었고, 아직은 가능성만 있는 부분이지만 ADHD도 저에게 조금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어머니께 밝혔지만 그 때는 혼나는 중이었기에 저는 어머니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말만 결과로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제 나이는 중2, 15살입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추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지금도 좋아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눈물을 포기했고 어떤 재밌는 일을 보내도, 집에 오면 전부 공허해질 뿐입니다. 어머니하고도 신뢰는 이제 거의 없으나마나입니다. 아***는 글쎄요, 이미 그딴 사람은 다른 여자도 만나는 것 같았고 저에게 별 생각 안 두는 사람일 터니 저도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 감정을 소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아***는 이미 절 많이 방치했기에) 그렇게 감정만 소비하면 무기력해지는 건 항상 저였으니까.(이제는 무기력이 거의 습관이 되어서, 무섭다기보단 나태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지냈고, 또 앞으로의 삶을 살 저에게 남은 건 ADHD, 알다가도 모를 강박증(결벽증도 조금 있었지만 이젠 더러움을 꺼리기에도 지쳤나봅니다. 아니면 저 자체도 이미 더럽다는 걸 미칠 정도로 알아서일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채 이젠 가족마저 아무 감정 못 느끼는 제 생각. 이게 전부입니다. 여기까지 만약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제가 누군지는 몰라도 제 과거는 알고 있게 되는 거겠죠. 어쩌면 당신의 상처만 깊게 헤쳐놓은건지 모를 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조차 기억 못하는 또 다른 과거가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많은 감정을 소비해버려서 아무것도 안 남음과 동시에 몇 가지가 같이 쓸려나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려요. 부디 당신에게 좋은 하루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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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Day365 (리스너)
· 6년 전
마카님께선 의지하실 수 있는 분이 유일하게 할아버님이셨던것 같아요. 부모님께선 서로를 경계하시고 믿지못하는 상황 등을 마카님께선 지속적으로 보고 자라셨고 또한 학교에서도 제대로되지 못하신 선생님을 만나셔서 편애로 인한 고통도 받으셨고 말이죠. 그렇기에 예나 지금이나 마카님의 마음속엔 할아버닝이 깊이 마음속에 자리잡아계신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마카님께선 어린나이에 할아***께서 나으실것이라고 생각하셨고 또한 나아지고 계시기에 옮겨지신것이라고 생각하셨기에 할아***의 장례식날이 마카님의 마음 속에 더 큰 슬픔으로 자리잡으셨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들어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카님께선 너무 많은 고생을 하시고 신경을 쓰실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다보니 처음엔 좀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현재는 그래.. 하면서 체념을 하*** 하신것 같아요. 허나 여기서 확실한것은 마카님은 절대 더럽지않아요. 왜 더럽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런가정에서 태어나서인가요? 아님 학교때문에? 마카님이 더러우신게 아니에요. 마카님께서 처하신 상황이 마카님께 크나큰 마음의 상처로 자리잡았기때문같은데 절대아니랍니다. 이 글을 읽었기에 우리의 상처보다도 마카님의 상처가 너무 커서 그 상처를 어찌하면 조금이나마 덜아프게 치료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무엇보다도 용기내서 과거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지금까지 힘든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버텨온 마카님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마카님께선 다른사람을 생각해주셨던것 같아요. 그런 마카님께서도 오늘 부디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고 앞으로도 좋은 나날들이 있기를 바라요:) 마카님을 항상 응원할게요. 비온뒤 맑은 하늘이 존재하듯이 이또한 지나가 마카님께 맑은 하늘이 나타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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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0702 (글쓴이)
· 6년 전
@GoodDay365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이야기를 읽어주신 것 자체로도 무지 기쁘고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부디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