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다른 곳에도 올린 적이 있지만, 여기에도 남겨두고 싶어 복사해서 적어봅니다.
애석하고 부끄러운 인생의 자국을 익명이라는 이름 하에 남겨둘려고 합니다. 부디 제 과거가 어딘가에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제 과거가 이러니까 내가 이런 사람인 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등의 생각을 갖고 쓰는 건 아닙니다. 과거는 사람이 개개인에게 갖고 있는 고유적인 것이기에 누구 하나도 내가 더 힘들다는 둥으로 덮으려고 드는 건 옳지 않다고 보는 생각에 조금은 적어두려고 합니다. 그 어떤 다른 의도도 없는 그저 남겨두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더럽기 짝이 없는 아***라 칭하기 싫은 아***와 지금은 이미 신뢰가 다 깨져 서로를 조금씩 경계하고 있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작부터 가정환경이 별로 안 좋아서 부모님 두 분 다 직장 때문에 저는 조부모님 댁, 즉 할아***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할아***가 매우 좋았습니다. 저에게 되게 인자하게 대해주시고 저에게 되게 많은 걸 가르쳐주었습니다. 덕에 저는 어렸을 때부터 꽤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목숨은 끝이 있고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듯, 저희 할아***도 저에게 끝내 마지막을 고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그 마지막이 저에게는 아주 추악한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위(혹은 식도)에 생긴 궤양을 의사들은 죽을거라 확정하여 방치해댔고 저희 할아***는 그 속에서 점점 죽어가셨던 겁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가는 걸 본 옛날의 저는 순수하지만 애석하게도 '할아***가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할아***는 더 이상 제 곁에 계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을 치르던 날, 제가 제일 펑펑 울었다고 어른들은 그러더군요.
불행인가 뭔가하는 게 거기에서 끝났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몇 년 안 가, 저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습니다. 아***라는 사람이 책임감 없이 지냈던 거죠. 어머니의 말로는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물론 동생이 태어났을 때도 똑같았지만), 계속 줄곧 아***는 아무런 책임도 안 졌던 겁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크게 번져놓는 것, 아***가 가출하시는 것, 그것들을 계속 두려움에 지켜보기만 해야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아주 어렸던 제 동생은 무슨 죄였을까요.
이혼은 제가 초등학생 때 시행한 후, 제가 중학생에 올라왔을 때 알게되었습니다.
그 때는 제 정서도 무지 불안정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영 좋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생활 6년 내내 거의 왕따였다고 보면 어떨거라 생각하시나요?
어쨌든 그걸 안 순간 저는 모든 걸 감안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끊이질 않는 죄책감을 줄곧 느껴와야 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서도 무지 안 좋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전 저만 우울증이라면서 제 우울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며 자해, 자살시도 등으로 피해를 주었으니까요.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리석게 민폐만 끼치고 뭐하는 거냐, 이런 생각들은 지금도 남아돌아 저에게 강박증 비슷한 걸 주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생활도 추했습니다. 합창대회랑 동아리에서 다굴도 당했었고 무지 싫어진 친구는 절 계속 들먹이는데 담임선생님은 제 사정을 짓밟으시면서 그 아이만 편애했기 때문입니다. 어쩜 이리 추악할 수 있을까요.(그 친구는 지금의 저하고는 많이 관계가 원활해졌지만 예전이랑 비해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 조금은 거슬립니다. 우울은 전염이 가능한 물질, 그것을 계속 티내면서 자기만 힘들다고 내세우는 건 너무 제 맘에 안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는 몇 번 정신과 치료도 받았었고, 아직은 가능성만 있는 부분이지만 ADHD도 저에게 조금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어머니께 밝혔지만 그 때는 혼나는 중이었기에 저는 어머니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말만 결과로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제 나이는 중2, 15살입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추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지금도 좋아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눈물을 포기했고 어떤 재밌는 일을 보내도, 집에 오면 전부 공허해질 뿐입니다. 어머니하고도 신뢰는 이제 거의 없으나마나입니다. 아***는 글쎄요, 이미 그딴 사람은 다른 여자도 만나는 것 같았고 저에게 별 생각 안 두는 사람일 터니 저도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 감정을 소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아***는 이미 절 많이 방치했기에) 그렇게 감정만 소비하면 무기력해지는 건 항상 저였으니까.(이제는 무기력이 거의 습관이 되어서, 무섭다기보단 나태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지냈고, 또 앞으로의 삶을 살 저에게 남은 건 ADHD, 알다가도 모를 강박증(결벽증도 조금 있었지만 이젠 더러움을 꺼리기에도 지쳤나봅니다. 아니면 저 자체도 이미 더럽다는 걸 미칠 정도로 알아서일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채 이젠 가족마저 아무 감정 못 느끼는 제 생각. 이게 전부입니다.
여기까지 만약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제가 누군지는 몰라도 제 과거는 알고 있게 되는 거겠죠. 어쩌면 당신의 상처만 깊게 헤쳐놓은건지 모를 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조차 기억 못하는 또 다른 과거가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많은 감정을 소비해버려서 아무것도 안 남음과 동시에 몇 가지가 같이 쓸려나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려요. 부디 당신에게 좋은 하루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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