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언니를 보내고 울적한 마음에 썼던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과 댓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위안이 됐습니다. 여기 있는분들은 어쩜 댓글 하나를 달아도 진심으로 달아주시는지 다른 사연을 읽으면서 저도 같이 치유받는 기분이에요.
그 언니는 5년전 어느 동호회에서 만났던 언니였어요. 학교,나이같은것엔 접점이 없었는데 좋아하는 분야, 관심사가 비슷했고 유머코드가 비슷했어요. 전 친구들모임에서 개그 담당인데 언니도 그랬었어요. 언니의 화장터에서 동호회의 다른 언니가 얘기하더라구요.
나는 2명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없어. 근데 여기는 기본 3명에서 7명까지 모이지만, 너랑 그 언니랑 둘이 얘기하는게 너무 재밌어서 모임이 있으면 꼭 나왔었어. 이제 둘이 우리 재밌게 해주는거 못 듣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언니는 평소에 전혀 우울한 티가 나지 않았어요. 몇 년간 기약없는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그랬고 사시를 치고 싶었지만 집안 환경상 포기했으며 주변에서 1차합격 최종합격 나오고 연수원 들어가는거보면 솔직히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힘들었었단걸 그것마저 지나가듯 웃으며 얘기했어요.
"다 내가 인간이 덜되서 그래!" 라면서요.
사실 우리가 모일 때는 즐거운 취미생활을 공유할때가 대부분이었죠. 저 역시 속에 불안 우울 슬픔 화가 많은 성격이지만 즐길때는 괜히 그런걸 티내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해서 더 밝게 구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본 언니는 저 처럼 노력하는 모습이었던것 같아요. 스치듯 드러나는 불안과 슬픔을 보았지만 나도 그 정도는 있기 때문에 그냥 예사로 봤던것도 같군요.
언니의 부고를 들은지 딱 일주일이 됐어요. 지금도 기억을 더듬어야 언니의 죽음이 실감이 나요. 너무나 예뻤던 취업사진이 영정사진이되어 제단위에 있던 모습, 하얗 천으로 쌓여있던 관 앞에 마지막으로 절을 했던 것, 영락공원의 전광판에 떠있던 언니의이름과 화면속에 보이던 뜨거운 불길을 거쳐한 줌의 재가 되어 나오던 모습, 언니의 유골함을 꼭 끌어안고 언니의 자리가 있는 곳으로 울음을 토해내며 걷던 언니와 똑닮은 동생
그 모든 기억이 생생한데도 저에게 현실로 다가오지 않아요.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갑자기 그 언니가 떠오르면서 '아. 그 언니는 죽었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요. 약간의 노력을 기울여야 원래 하던 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저도 불안장애 때문에 2년넘게 약을 먹고 있는데 점점 호전되어 약도 많이 줄여가고 있던차에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제 증상도 더해지는것 같아요. 오늘은 원래 먹던 약 보다 조금 더 많이 먹었는데 아직도 잠을 *** 못하고 있네요.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잔혹한 날입니다. 2005년 그 해 크리스마스에 아***는 마지막으로 우리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출장길에 오르셨다가 변을 당하셨거든요. 음력으로 따져서 오늘이 제삿날입니다. 엄마랑 저 둘이서 제사 준비를 해야하니 이만 자야하는데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올해는 제 주변에 죽음이 너무 가까이와서 배로 더 힘든것 같습니다.
아***는 사고로, 언니는 자살로 갑자기 제 곁을 떠났습니다. 죽음으로 인한 누군가의 갑작스런 부재는 후유증이 오래가는것 같아요. 저는 올해 스물일곱이 됩니다. 죽음에 익숙하지 못한 나이인데 더 어린 나이에 저는 상주도 해보았고 내 주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당해보네요. 제 자신이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 잠식될까봐 두렵습니다. 전 충격 앞에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이 나날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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