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전 대학교 2학년입니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희 과는 아직도 군기를 잡습니다.
작년에 군기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저희 집은 참 화목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 다툼이나 싸움은 당연히 있었죠.
저희 부모님은 딱 두번 싸우셨는데
처음 싸우셨을 때 제 나이가 9살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는 걸 처음 본 저는 큰 소리와 식기 깨지는 소리에 놀라서 언니랑 방구석에서 앉지도 못 하고 서로 부둥켜 안고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싸우신 건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일겁니다.
그때도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에 혼자 방 침대에 앉아 아무 것도 못 하고 울고있었습니다.
공부하던 언니가 방 밖으로 모습을 보이니까 그때 눈물이 더 펑펑나더라구요.
평소엔 저한테 틱틱거리던 언니도 그때는 저보고 신경쓰지 말고 자라며 달래줬었습니다.
정 잠을 못 자겠으면 공부하거나 노래 틀어놓고 자라구요.
이 두 날의 영향인지 저는 어디서 큰 소리만 들리면 심장이 쿵쿵 뛰고 손이 달달 떨리고 눈물이 핑 고입니다.
저희 과가 군기를 잡는다고 했죠?
들어올 때부터 철문을 발로 뻥 차고 들어오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여러 명이서요.
그리고 잘못한 애들을 맨 앞으로 데리고 가서 여럿이 둘러싸고 또 큰 소리로 짜증을 냅니다.
전 군기가 잡힐 때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입은 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쿵 뛰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서서히 그 시간을 멍 때리며 넘어가기 시작할 때도 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떨고있었습니다.
하지만 군기잡는 시간이 끝난 후 그런 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선배는 없었습니다.
군기 잡을 때 앞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평소에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힘든 산길로 가고 공강만 생기면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저는 속칭 아웃사이더가 돼버렸습니다.
제 스스로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선배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지금은 최대한 학교에 안 붙어있으려고 합니다.
어찌됐든 혼자일테니까요.
부모님은 제가 학교생활 잘 하고있다고 생각하십니다.
친구들은 이런 절 이해 못 해줍니다.
어디 털어놓을 곳도 없이 일년을 버텼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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