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글이 길더라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 털어놓는 건 처음이라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
어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목표의식에 불타서 시작한 지 일년. 그 목표 때문에 내 파릇파릇한 대학2년을 즐기지 못하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대인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어요.
나는 이 시험을 통과하고 어떤 직업을 갖고싶어했었는데 시험이 얼마 안남은 지금 난 지쳤어요.
그 직업이 진짜 내가 하고싶어했던건가 싶어요.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뭘까요. 난 이미 알고 있어요. 돈, 명예.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내가 소속되어 있던 학과로 다시 돌아가야 해요. 그 학과를 나오면 가지게 되는 직업에 나는 절대로 만족하지 못할 거에요. 나를 증오하게 될 것이고, 자존감을 떨어질 것이고, 지금보다 몇 배는 괴롭고 힘들 거에요.
그런데 나는 지금 슬럼프에 빠진 지 두 달이 되어가고 나태 속에 무기력하게, 매일매일 내가 원하는 가치들을 스스로 짓밟으며 나를 학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렇게 무기력하고 나태하고 스스로를 컨***하지 못한 적은 처음이에요... 나는 단지 어서 이 시험이 끝나고 실패자가 되어 마음놓고 쾌락을 즐기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현실을 회피하며. 다시 일으키려고 얕은 시도를 하지만 곧 무너져버려요.... 내가 이렇게 멘탈이 약한 줄 알았더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텐데. 나는 결국 그릇이 작은가봐요. 이 시험에 실패하면 보게 될 지인들의 표정들. 헤어진 남자친구를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비웃을 표정. 예전엔 이런 생각들이 자극이 되었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모든걸 내려놓고 편해지고 싶어요. 나는 실패자라는걸 인정하고...
지금 이 순간, 나는 회피하면서도... 이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나의 일상들, 예를 들어 좋아하던 음악을 듣는다던가 좋은 음식을 먹는다던가 하는 일상들은 지금은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일 뿐이에요. 나의 '옛' 일상들은 나에게 죄책감만 가져다줘요.
하루에도 몇번씩 죽음을 생각하지만 그걸 실천에 옮길 정도로 용기있지는 않아요. 하루하루 죄책감과 무기력만 쌓여 가지만 나는 떨쳐내지 못하고 혼자 방안에 가만히 처박혀 있어요. 내가 원하던 나의 가치들을 부정하면서. 정말 나약해졌다는 걸 느껴요.
힘이 없네요.
일어나고 싶은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힘내'라는 말은 하지말아주세요. 얼마나 의미없고 공허한 말인지 아니까요.
이렇게 나의 어두운 밑바닥까지 남에게 드러내는 건 처음이에요.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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