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이과 고3이에요. 저는 어릴적부터 만화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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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인문계 이과 고3이에요. 저는 어릴적부터 만화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림도 좋아했고요. 늘 그림을 그렸어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나는 공부를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한다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 당시로는 만화가들이란 유명하지 못하면 굶어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몰래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을 그리는게 좋으니까. 학교에서는 선생님 몰래 교과서에. 집에서는 가족들 몰래 공책에 그려놓고 그 당시 내 방조차 없어서 거실장 중 한 서랍을 가지고 저기는 나만의 공간이야라고 하고 몰래 그림을 숨겨놓기도 했어요. 미술 시간에는 늘 칭찬을 받았고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중학생을 졸업할 때가 되었고 인생의 갈림길이 나타났어요. 인문계인가 아닌가. 저는 당연스럽게 인문계를 선택했어요. 그렇게 다른 직업을 가지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장래희망을 적을땐 그나마 이런 일을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싶은 건축가를 써서 냈고, 부모님께서도 그거 좋겠네라고 해주셨습니다. 고 1때는 그럭저럭 반에서 10등안에도 들고 적당히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여전히 심심하면 그림을 그려가면서. 그런데 고 2쯤부터 꿈을 찾아가며 자신있게 자기들의 꿈을 외치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 나 지금 뭐하는거지.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거지. 혼란스러웠어요. 그리고 침착하게 A4를 꺼내들고 글을 썼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내가 뭘 해왔는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렇게 울면서 A4용지를 꽉꽉 메웠어요. 결론이 나왔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게 너무 즐거워요... 만화를 그리며 살고 싶어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뭘 해왔는지.내가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쓸 수가 없더라고요. 일단 부모님께 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냥 막 말했다간 안 될것 같아서 만약 내가 작가같은 직업을 가지면 어떨까?하고 돌려서 말해봤어요. 대답은 절망적이었죠.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너 그런 거 하면 돈도 못 벌고 굶어 죽을거야. 난 너 그렇게 되면 절대 안 도와줘.) 그리고 실망한 저는 생각을 해봤죠. 또 문제가 생겼어요. 생각을 해보니까 저는 미술학원조차 다닌 적이 없어요. 요새는 웹툰이란게 보편화되었고 웹툰작가가 꿈인 학생들도 꽤 늘었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공부대신 그림을 그리면서 오직 만화가만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고, 그저 틈틈히 끄적거려온 저의 실력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라고요. 학교에서 미술학원 다닌 적 없다고 하면 미술 선생님이 놀라는 정도지만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냥 공부나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고3인 되었는데... 저는 그 꿈을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학교에 앉아있을 때면 (나와 같은 꿈을 가진 나와 동갑내기 친구들은 지금도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여기 앉아서 뭐하는 거지? 내가 여기 앉아 있어봤자 내 꿈에는 1mm조차도 다가갈 수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왜 사는거지 같은 우울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공부가 되질 않더라고요. 그렇게 6월이 되고 성적은 바닥이 되서 지방 사립은 갈 수 있을까 싶은 성적이 되고. 부모님의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저는 날로 우울해지고 있어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너무 촉박한 느낌이 들고 이거 써봤자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것도 알고 있는데. 더 이상 내가 뭘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요. 요샌 그냥 혼자있으면 아무 이유없이 울고 있고요. 가끔씩 수능때 다 찍어버리고 죽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학교 시간표대로 흘러가는데 너무 내가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숨만 쉬는 기분이에요. 남에게 이런 얘기해서 부담주기 싫기도 하고 마음 없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여기 쓰게되었어요. 귀찮으실텐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간단한 위로만 해주셔도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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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nn
· 9년 전
전 고등학교 3년내내 미술입시 했었는데요 고3 초에 저보다 경력이 적은데도 훨씬 잘 그리는 주변 사람들 보면서 나름 힘들었었어요. 원래 만화 같은 스타일이 더 좋은데도 디자인쪽이 더 길이 다양하다길래 그쪽으로 했는데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너무 어렵기만하고, '그냥 이참에 때려치고 공부나 죽어라 할까..'라고도 생각했었어요. 저는 조금이나마 관련 있는거(그림) 했는데도 힘들었는데, 누군가님은 더 힘드실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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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부모님 설득은 어려울 거에요. 아빠는 너그러워도 엄마는 가볍게 말을 걸어도 철벽을 치는 사람이라 논리적으로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에요. 그냥 나중에 알바하고 자취하면서라도 꿈을 향해가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요. 일단 집을 나가야 될 것 같은데 고3의 압박이 너무 힘이 드네요... 그래도 포기하라는 얘기는 안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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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jiyunn 정말 고마워요.저도 미술을 하고 있어도 자기가 그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그리라고 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어요. 제 친구 중 한명이 그렇게 미술을 때려쳤는데 전교 10위권에 드는 아이라 그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털어놓고 싶지 않더라고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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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jiyunn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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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nn
· 9년 전
댓글이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한 번 힘든일 겪으면 별것 아닌거라도 뭔가 얻는게 있는것 같더라구요. 아, 그리고 저는 참고로 성적이 아주 좋은편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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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jiyunn 아앗! 그 친구는 미술을 좋아하고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걸 선택하고 성적도 잘나오는데 미래에 뭘해야될지 모르겠다는 둥. 제 성적을 알면서도 너는 서울쪽 대학 안갈거야?라고 얘기하는 좀 이상한 아이여서 저와는 다르게 느껴져서 한 얘기였어요. 오해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당신의 성적이 좋든 나쁘든 저를 위로해주신 당신은 멋진 분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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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nn
· 9년 전
실은 저도 뭘 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런 스타일이 좋다' 뿐이라서요. 전 고3 초에 그렇게 고민하다 결국 미술을 그만두지 못하고 그대로 디자인쪽으로 대학을 갔어요. 그 때 고민하면서 저도 '몇 개월만 참으면 돼', '그동안 한게 아깝지 않아?', '공부 잘 할 자신 있어?' 등등 제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언젠가 아빠가 그러셨는데, 천재가 아닌 이상 남들이 하는 거 어느정도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입시미술을 하긴했지만 저도 공부를 아예 놓은 건 아니었구요.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하지 않다면, 공부 조금씩 하면서 그림도 조금씩 그려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도 공부처럼 할수록 느는 거라고 대학 교수님께서도 말씀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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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unn
· 9년 전
그리고 저 그 말에 기분나빴단건 아니구요 그냥 왠지.. 찔린달까.. 공부를 학교 애들에 비해 조금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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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으음...!! 그...그렇군요... 미적분2어렵다!!!(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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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이해해줘서 너무 고마워요오...ㅠㅠ 당신도 힘드시군요. 우리나라 학교 시스템은 정말... 아이들의 꿈따윈 찾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한정적인 것만 보여주니까요... 위로해줘서 감사해요. 그리고 같은 고3끼리 힘내봐요 우리! 저는 일단 버텨보기로 할려고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