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죽음과 자살은 제게 먼 단어였죠.
우선 제 스스로가 그것들을 멀리하고, 질색하고, 혐오했어요.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겐 그 말이 설령 진심이 아니고 농담이어도 불같이 화를 냈어요. 함부로 죽겠다는 말 말라고, 주변 사람을 생각하라고, 나는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지금은 제가 그래요.
제가 죽으려고 해요. 농도 아니고 관심을 끌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몇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어요. 하지만 실패했죠.
이유를 묻는다면 지쳤다고밖에 답을 못하겠어요.
외모도 학벌도 돈도 그 무엇도 없는 제가 싫어서 일지도요.
분명한건 제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절 진정으로 막을 사람도 없죠. 아니 막을 수 없어요. 제 울타리는 매우 견고해서요.
사실 살고 싶어요.
살고 싶은데요,
막상 벼랑에 몰리니 죽음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쉴틈없이 달리기만 한 탓인지 사람이 예민해지고 말수도 적어지고.
원래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요, 지금은 누구하고도 연락 않고 집에 박혀 살아요. 아마 누구도 지금 제가 어떤 모습인지 모를거에요.
원래는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을 향해 더 나*** 수 없다는걸 알고서는 더, 살고싶지 않아졌어요. 그래도 가족이 있으니까, 갚을 은혜가 있으니까 버티려고 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팔목에 피가 낭자한거예요. 죽고 싶어서 자해를 해댄거예요. 그제야 알았어요. 아. 드디어 내가 미쳤구나. 정신을 놨구나. 대충 둘러대고 직장을 하루 쉬면서 병원을 갔다왔죠. 상처 치료만 목적으로요. 사실 제가 어떤 상태인진 제가 제일 잘 알았거든요. 정신과에선 입원 치료라는 결과가 뻔하니까, 치료받고 돌아와서 한참을 생각했어요. 생각만 했어요. 사실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없었어요. 어떻게든 난 죽겠구나. 이제 난 살 의지같은거 하나도 없구나. 정말이지 혼자인건 익숙한데 왜 이러지, 하다가 소리내어 계속 울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눈물은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되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새벽 내내 울었어요. 일이 막노동이나 다름없어서 집오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져도 안 이상한데, 새벽에는 우느라 시간을 다 보냈어요. 멀쩡하던 왼팔은 칼로 그어댄 상처로 거의 도배가 되었고요. 이젠 가리지 않곤 밖을 다닐 수도 없을 정도예요.
아무튼 그 뒤로 쉼없이 자살 기도를 했어요. 처음엔 지인들에게 내 상태를 어느정도 얘기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 혼자 견디고 수습하는 일이 늘었고요. 유일한 가족도, 제 상태가 어떤지 잘 몰라요. 그리고 일을 그만둔 지금, 제가 잘 살 확률은 희박해요. 어디서 돈이 뚝 떨어지지 않는한, 그리고 제가 뒤집어지지 않는 한 전 굶어죽겠죠.
혐오하던 것들에 매달리는 기분을 아시나요.
아신다면, 이것도 아실거예요.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낮아지는 자존감, 스스로에 대한 증오, 주변인을 원망하는 마음.
그래도 변화된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박탈감.
살기위해 발버둥 쳤는데 눈앞에 벼랑만 보일때 저는 어땠냐면요,
아. 차라리 뛰어들면 편하겠네.
왜 내가 이 생각을 못했지.
그들을 원망해서 뭐 해. 결국 내가 태어난게 잘못이었는데.
응. 그렇더라구요.
자해가 깊어지면서 고통도 무뎌지고
우는 날이 많아지면서 감정도 잦아들고
이젠 아무것도 안 남았어요
그냥 어서 빨리 지루한 삶에서 괴로운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제 스스로 이게 잘못된걸 아는데
길이 안 보여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누구에게든 털어놓고 싶었나봐요
,
누가 그러던데요.
신은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아 그런데 어쩌죠 신님 어릴적에 그렇게 당신을 믿던 난
당신께 가던 길에 동생이 사고를 당하는걸 눈앞에서 본 뒤로
7살에겐 너무 가혹한 시련을 줬다는 명목 하에 당신을 밀어냈어요.
하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죠.
난 끝없이 주저앉고 두려워하고 벗어나려 애쓰다 여기까지 왔는데 있잖아요,
나 너무 멍청해서 어디로 빠져나가야 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만큼 된다는데 그동안 내가 아둥바둥 버티던 시간은 다 어디갔는데요.
이겨낼 수 있는 시련이라 함은
이겨낸 사람만 입에 담을 수 있는 단어라는걸 전 알아요.
이제 난 지옥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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