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교수형으로 목을 매달아도, 약물을 과다복용하면 위세척에 애매하게 살아남으면 보험처리도 안된다. 번개탄을 사용해도 그렇게 쉽게 질식사하지는 않는다. 손목을 그어 죽으려면 동맥이 있는 깊은 곳까지 찔러 넣어서 그어야 하는데 그것대로 엄청 아프고 쉽지도 않고. 과다출혈이면 저체온증으로 추위에 떨다가 죽을 것이고. 고층에서투신하거나 열차에 치인다고 해서 즉시 죽는 것이 아니라 신경은 작용이 남아있어 끔찍한 고통에서 뒤틀리다가 의식 한 조각 한 조각이 천천히 사라지겠지. 죽기도 어렵다.
내가 원하는 건 죽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고통이나 기쁨이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일비도 모른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흔적 하나 없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삭제될 수는 없는걸까.
다만 살아있으니까 계속 살아야하나? 죽을 이유가 없으니까 계속 살아야 할까?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최대화하기 위해 그냥 살아야 할까? 오늘 눈을 감으면 내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존재도 내 의식도 내 흔적도. 모든 자취없이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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