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고등학교의 심화반, 우열반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처음 들어갔을 때 다른 친구들의 부러운 눈길은
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또다른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맑게 갠 이른 아침에도
블라인드를 모두 내리고 스탠드만 켠 채로
벽을 보는 책상 앞에서 쉬는 시간 없이
4시간 동안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잠깐 복도에 나와있으면 선생님께 한소리를 들었죠.
"너희들 대학 안 갈거니? 너희한테 쉬는 시간이 어디있어? 어서 들어가서 공부해."
그리고 3년 째인 올해, 여름 방학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학교에서
밤 11시까지는 도서관에서 지냅니다.
며칠 전에는 대입 자소서를 쓰기 위해 심화반 자습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며 나름 작성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자습을 위해 7시에 등교했더니 교실 문이 잠겨있더군요. 누군가가 올 때까지 교실 옆 키다리 책상에서 오늘 할 일을 적었습니다.
마침 선생님이 오시길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며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시더니
"너 이틀 동안 오후 자습 안 나왔더라? 심화반은 네 마음대로 들어왔다 나가는 곳이 아니야. 너 열심히 하는 줄로 알고 심화반에 올려놨더니 다른 선생들이 나를 비웃어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정말 실망이구나. 계속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심화반 자격 박탈이야. 당장 심화반에서 공부해!"
라고 하시는 말씀에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히 저는 선생님께 말씀도 드렸는데 말이죠.
심화반도 오후 자습에 해당하는데 자습은 자율 학습의 줄임말이 아니던가요? 제가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을 간 것이 심화반 자격 박탈일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걸까요?
공부에 열의가 있는 친구들이라면 다들 심화반을 목표로 공부에 임합니다. 심화반은 전교 2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의 특권이니까요.
심화반의 상황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심화반 학생들 밖에 모릅니다. 심화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경쟁과 살기는 정말 무섭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친구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공부 밖에 모르는 기계들만 모인 것 같거든요.
100일이 다가옵니다. 100일만 견디면 정말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어서 이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어서 친구들과 같이 아직은 검게 물들지 않은 불그스름한 밤 하늘을 기분 좋게 올려다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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