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너무도 고요했다. 간간이 본 기억이 있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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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onakasuita
·9년 전
장례식은 너무도 고요했다. 간간이 본 기억이 있는 지인 몇몇이 술잔을 기울이고 누런 상모를 쓴 부모님이 영정 앞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눈다. 오후 2시. 상조에서 나왔다는 장례 지도사가 영정 옆에 선다. "가족 분들과 친지 분들은 영정 앞에 서 주십시오." "곡소리를 시작하십시오." 장례 지도사가 튼 음악이 여상히 울려 퍼지고 모두가 작위적인 곡소리를 내었다. 아이고ㅡ아이고,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그것에 울음 소리가 섞이었다. 너의 이름을 부르며 어머니는 주저앉았다. 너의 모든 것이 아프게 박혀왔던 것일까. 하나뿐인 아들의 자살은 확실히 그녀에겐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내게도 그랬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외로운 죽음. 무엇이 그리 아팠는지, 슬펐는지, ㅡ차라리 죽고싶을 만치 괴로웠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그리 못 미더웠기 때문이었을까. 기억 속의 너의 얼굴이 너무 아프다. 그러고 보면 너는 언제부터인가 웃는 얼굴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때 조금이라도 너와 이야기를 해볼 걸. 아니, 한 번이라도 너를 안아줄걸. 사랑한다고 말해볼걸. 나는 나의 일에 너무 지쳐서 너의 슬픔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모른 척하고 싶다는 얼굴로 웃고 있던 나. 그게 너무 싫다. 짜증이 났다. 혐오감이 들었다. 너는 분명 이런 나를 눈치채버린 것일테다. 언제나 내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던 너는 참고 또 참았겠지. 습관처럼 입에 담던 "아니, 별 일 없어." "괜찮아." 그리고 나의 눈을 피하던 너. 후회가 너와의 모든 것을 적신다. 며칠 전, 직장에 가려 구두를 신던 나의 어깨를 잡고 머뭇거리던 너. 지각하겠다며 짜증을 내고선 손을 쳐내던 나. 그 때 오 분만 너의 이야기를 들어볼 걸. 하루쯤 회사에 늦는다고 무엇이 잘못되진 않는데. 잘 다녀오라 인사하는 너의 손을 잡아볼 걸. 너의 온기를 이제는 느낄 수 없는데. 주말에 잠만 *** 말고 어디 놀러 가서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볼 걸. 이제는 네 얼굴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텐데. 축축해진 볼을 닦고 장례식장을 나선다. 급히 나가려는 내게 너의 어머니가 묻는다. "벌써 가나요?" 너의 어머니는 너와 내가 같이 살았다는 걸 모른다. 그녀에게 나는 너의 '대학 동기'일뿐.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슬프기도 했다. 그냥 모든 것을 말해버리고픈 충동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건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외동아들의 자살.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터였다. 나에게 묻는 얼굴을 보았다. 그러고보면 너는 어머니를 참 닮았구나. 그걸 네가 없는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네. 죄송합니다, 어머니." 꾸벅, 허리를 숙이고서 다시 걸었다.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아야 할 텐데. 눈물이 다시 볼을 타고 흘렀다. 도착한 집의 현관. 비밀번호는 9387. 사귄 지 1년이 되던 날 같이 바꾼 핸드폰 번호 뒷자리. 삐릭, 찰칵. 익숙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가지런히 놓인 너의 신발이 보인다. 쭈그려 앉아 신발을 보았다. 처음 살 때는 새하얬던 신발. 내가 골라준 거니까 아껴 신을 거라던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3년. 많이 아껴 신긴 했구나. 조금 잿빛이 되어버린 신발은 뒷축이 구부러져있다. 그러게 내가 신발 구겨 신지 말라니까. 그 흔한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된 게 언제부터였더라, 모르겠다. 너는 그런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르겠다.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앞이 깜깜하다. 장례식이 시작되고 3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빈혈이 또 도졌나보다. 부엌에서 약을 찾아 먹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냉장고 속엔 물밖에 없었다. 물컵을 제자리에 놓다가 문득 알았다. 너의 머그컵이 없다. 부엌을 둘러본다. 딱 두 개씩만 사서 쓰자고 했던 밥그릇, 수저, 컵...없다. 없다. 없다. 모두 하나뿐이다. 아냐, 어쩌면 네가 방에서 먹다가 까먹고 갖다 놓지 않았을지도 몰라. 아니, 그럴 거야. 그래야 해. *** 것처럼 수납장을 뒤지다가 너의 방문을 열었다. 눈앞이 하얘졌다. 아무것도 없다. 책꽂이에 가득했던 소설책들, 책상 위를 굴러다니던 볼펜 하나까지도. 없다. 방문을 연 자세 그대로 굳어있다가 방 구석에 놓인 커다란 쓰레기 봉투를 발견한다. 아무것도 없는 방 안을 침입자처럼 성큼성큼 들어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쏟았다. 내가 찾던 밥그릇, 수저, 머그컵. 내가 좋아하는 책이니 너도 읽어볼 거라며 기어코 하나씩 샀던 로맨스 소설이 십여 권. 커플은 다 같이 하는 거라 우기며 맞추어 산 필기구 몇 가지와 가지런한 듯 어딘가 뾰족한 글씨가 네 이름 석자를 알리는 대학노트 몇 권. 네가 좋아하던 해리 포터 시리즈와 괴상한 이름의 장르 소설들. 너의 칫솔, 슬리퍼. 잡다한 것 하나하나까지... 쓰레기, 쓰레기를 담는 봉투에 너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것들이, 너와 함께한 모든 것이, 이런 쓰레기 봉투 하나에 다 들어갈만큼 작았던가. 아니, 아니다. 나에겐 하나하나 정말 보물같은 소중한 기억들 뿐이었다. 사랑이었는데. 그랬는데. 황망히 주저앉아 널부러진 것들을 눈으로 쓸어본다. 그러다 낯선 것을 하나 발견한다. 손바닥에 꼭 쥐어질 크기의, 작고 붉은 벨벳 상자. 열어보니 그 속에는 예쁜 반지 한 쌍이 있다. 작은 쪽지 하나가 툭, 떨어진다. '너 때문은 정말 아니야. 사랑해. 그러니까 네가 나를 잊어줬으면 좋겠어.' 눈물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온다.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 나 때문이 아니면, 그럼 뭐였는데? 이 반지는 뭐야? 내가 정말 버릴 수 있을 거 같았어? 왜, 왜 아무것도 말 안 해줬어? 왜 나만 두고 그렇게 가 버린 거야? 온갖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데 뱉어도 대답해줄 사람이 없었다. 문은 이미 닫혀있었다. 언제까지고 활짝 열려있으리라 의심치 않았던 문. 내가 등지고 있었던 문. 굳게 잠기어버린 문을 여는 방법은 나 또한 너를 따라가는 방법 뿐일테다. 눈물이 쪽지를 적신다. 손바닥을 적신다. 흐르고 흘러서 방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네가 없는 온세상이 눈물이었다. 그냥 명언같은 거 아무거나 쓰려다가 배경 사진이 닫힌 문이 뜨니까 갑자기 요런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현실은 모쏠에 고3.....ㄷㄷ 뻘글 죄송합니다...((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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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n
· 9년 전
소질이 있어보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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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iz
· 9년 전
재능이 있으시네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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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kasuita (글쓴이)
· 9년 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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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kasuita (글쓴이)
· 9년 전
@jjan 소질...!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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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kasuita (글쓴이)
· 9년 전
@Qwiz 제 글이 몰입할 수 있는 글이라니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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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707
· 9년 전
진짜 실화인줄 알고 읽었는데 소설이라 너무 다행이에요. 당장 기성 작가라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글이 간결하고 깔끔해요. 담백하지만 서서히 몰입감을 줘서 감정이 저도 모르게 실렸던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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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kasuita (글쓴이)
· 9년 전
@sunshine707 헠...! 넘나 감사한 것...!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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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line
· 9년 전
소설이라 다행이지만 놀랐잖아요. ..마카 특성상 당연히 실화 속마음인줄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