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남자가 길을 걷고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걷고 있는
그의 손에는 박스가 들려 있다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웬지 장난감 상자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자세히 보니 140피스 짜리 카와다 나노블럭 슈나우저다
사내는 아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우리 형편에 무슨 슈나우저야 게다가 그 개는 시끄러워서 아파트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정말이지 밤새도록 ***대다니 아내는 철이 없어
사실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결혼 후 몇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어 부부는 심하게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아내는 사내에게 더 기대고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도 이런 생활은 정말 지긋지긋하고 짜증이 난다
전 날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음날 밥상의 변화를 보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밥상에 놓에있는 건 80피스 짜리 카레 라이스
안 그래도 부부는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고 있던데다 둘 사이에는 아이마저 없다 연애때의 설렘과 기쁨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새삼 세월이 원망스럽다
둘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무신경한 상대가 미울 뿐이다
남편은 아내가 괘씸했나 보다
말없이 돈을 꺼내어 아내 앞에 내밀었다
식사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리라
이대로라면 부부관계는 끝이다
돈의 액수는 상당히 많았지만
모노폴리 박스에서 꺼내온 것이다
둘 사이에는 냉랭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부부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이제 둘은 완전한 남남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감자머리의 남자가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실성한 게 틀림 없다
-사실은 그냥 평범한 리얼 소꿉놀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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