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링 도와주세요) 안녕하세요 고등학교1학년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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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changer
·9년 전
( 도와주세요) 안녕하세요 고등학교1학년이에요. 중학교때까지 성적이 우수했고 특목고에 들어갔어요.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제가 한 것에 비해 성적이 좋게 나왔고 저는 그게 남들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라 여겼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재 소리를 들었고 주변에서는 항상 머리 좋다란 소리만 들어왔고요.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 들어가서 본 첫 중간고사 결과는 참담했어요. 진짜 최악으로 거의 반타작으로요. 이어서 기말도 망치고 이번 중간고사도 망쳤고요. (집안환경이 좋지도 않아서 부모님께도 정말 죄송해요.) 첫 중간고사때는 그래도 전 제가 하면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저 스스로도 공부를 얼마나 안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노력하면 되겠지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지금까지 뭔가를 저 스스로 만족할 만큼 노력한 기억도 경험도 없더라고요. 노력을 하려 해도 안되니까 흥미가 안생기고 그러다 보니 포기하게 되고 모든 게 안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수학을 풀어도 분명 개념을 몇번 배웠는데도 그 전처럼 문제에 속도가 붙질 않고 문제가 안풀리고, 시간걸려 풀어도 다 틀리니 원래 좋아했던 과목인데도 싫어지고 안하게 되었어요. 결과는 뚝뚝 떨어져서 이번에 바닥을 쳤죠.. 영어도 다 암기하면 점수는 분명 나오는데 항상 가장 망쳐온 걸 보고 선생님은 노력이 부족한 걸 떠나서 의지가 없다 하시더라고요. 이젠 '노력 안하는 것도 제 실력이고 이게 나구나.' 이런 생각과 함께 성적 안 나오는 핑계를 내 머리가 멍청한거고 남들보다 많이 딸리는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부모님 말씀에도 제 눈이 그냥 죽어있데요..계속 무기력하고 외롭고 마음이 빈 것 같아서 폰 게임과 만화를 ***듯이 봐요. 처음엔 보고 한동안 후회했는데 바뀌질 않으니 이젠 시험 당일날 폰을 8시간해도 후회도 안되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친구들 보니까 하루에 1~2시간 자면서 공부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고등학교 와서 더 잠이 많아졌고요. 주말엔 10시간씩 잘 정도로요. 사실 그렇게 목숨걸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그 아이들보다 상황이 불리한 제가 열심히 해봤자 전혀 미치지도 않을 것 같고 작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인생을 공부에만 바쳐야한다는게 의미 없어 보여요. (제가 남들보다 잘하지 못할바에는 시도조차 안하는 그런게 있나봐요...) 무언가에 전념한다는 것이 뭔지 모르겠어요. 정확히는 흥미가 없고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듯이 할 수가 있는지 궁금하고요. 다른 애들 보니까 성적 낮고 자신감 없는 애들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경향이 많고 마치 사회를 보는 것만 같아서 너무 싫어요.(제 피해의식일지도 모르죠) 해야 된다는 걸 알지만 되지가 않아요.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변화'해야 하는데 이겨내야하는데 제가 그리 강하지 않나봐요. 누구에겐 굉장히 쉬운 일들이 너무 어렵네요. 집안이 안 좋고 제가 첫째라 힘이 되어줘야 하는데 부모님께 절망만 드리고 제가 철이 없는 거겠죠. 특목고 나와 전문대도 못가면 창피해서 어떻게 할거냐 그러세요. 절 바라보는 주변 시선들도 있는데 이런 상황은 전혀 모른 체 모두 학교 이름만 보고 부러워하시니까요. 제가 제 주제 파악도 못하고 잘 사는 친구들과 동급인 줄 무의식적으로 착각하는 것 같단 말에도 동의해요. 일단 요즘 너무 혼란스러워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제 정체성, 자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하고 머리 아파요. 제 생각도 뭐가 뭔지 심지어 제 감정도 알 수가 없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거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거니까 뭐가 맞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차라리 유아기로 돌아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야될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제 성격이 부정적이라면 부정적이고 낙천적이라면 낙천적인거겠죠. 제가 제 문제점 또한 안다면 아는 거고 일단 행동을 안하니 모른다면 모르는 거겠죠.. (심각해서 급하게 쓰다보니 어휘력이 많이 딸리는 것 같네요...)정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제 절망적인 미래가 그려지는데도 어디부터 손 봐야할지도 제 모든 게 구멍투성이같고 모래처럼 부서져버린것 같아서 우울하고 답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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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1095
· 9년 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님과 굉장히 같은 일을 겪었었어요. 중학교때까지 성적이 좋았고, 저는 비평준화 지역의 제일 우수한 고등학교에 시험을 쳐서 들어갔어요. 한해에 그래도 스카이 대학을 80명 정도는 배출하는 훌륭한 고등학교였어요. 저는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했어요. 난 중학교때까지 분명 특별한 아이였는데 여기선 선생님 눈에 띄이지도 않는 초라한 아이였고 다른 아이들은 이미 고2 고3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 이제 막 진도를 따라가기 급급했어요. 내가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에 힘듷고, 지금 무언갈 해도 변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지쳤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실망스럽고 공부를 한다해도 진짜 내가 원하는걸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즐거워서가 아니라 당장 비난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꼴찌는 면하기 위해서 했어요. 그렇게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처음에는 높았던 모의고사 성적도 점점 바닥을 향해 갔어요. 주변 친구들은 머리가 좋은 것 같았어요. 저걸 알고 저걸 풀고 그러니까 쟤넨 저것도 재밌겠지 내 한계는 여긴가보다 생각했고 비참했고 공부가 재미없었어요. 지금 내가 뭘 공부하는 건지 전혀 알수가 없었거든요. 내신 4등급 후반으로 졸업해서 첫해에 치른 수능은 처참했어요. 1학년땐 1등급이었던 수학 등급이 2학년땐 2등급이었고 3학년땐 3.4등급이었는데 수능에선 5등급이 나오더라구요 저는 이과였고, 갈 수 있는 대학은 나사렛대정도? 저는 수능 전날 재수를 결심했어요. 수능을 치루기도 전에요 제가 재수를 결심할 수 있었던 건 고3때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수학 4등급인 저에게 항상 할 수 있다고, 넌 분명 가능성이있다고 넌 지금 그냥 정체되어있는 것 뿐이고, 기운을 차리면 뭐든 할 수 있을거라고 매일매일 절 교무실로 부르셨어요. 오늘은 괜찮았냐 물으시고 비타민 하나씩을 꼭 챙겨주셨어요. 비교에 지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점철돼있던 고3때에는 저는 그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저에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수능을 치르고 나서 담임 선생님께서 물으셨어요. 넌 재수를 할거니? 하구요 그리고 중요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니가 재수를 해서 더 좋은 대학이 가던 지금 대학에 만족하던 그것과는 상관없이 너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거고 그리고 아마 마인드가 변하면 뭐든 할 수 있을거라고 너같은 아이들을 많이 보았노라고 니가 중학교땐 가지고있었고, 고등학교에 와선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그걸 한 번 찾아보라구요 그리고 저는 절대 붙을리없지만 터무니없게 상향지원해놓은 논술시험장에 모두 다 갔어요. 최저도 안맞고 문제도 풀수없지만 가서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뭘 잃어버렸을까. 캠퍼스를 누리고, 문제를 푸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워도 하면서 생각했어요. 사실 정확한 대답을 내려보진 못했어요. 그치만 재수를 시작하자마자, 저는 정말 놀라울정도로, 주변사람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저는 제 성적이 오를거란 확신을 가졌고 그 어느때보다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그 해 3월부터 1달의 공부만으로 수학 1등급을 맞았어요. 사실 그 때 학원 원장한테 무시당하는게 너무화나서...어..그랬지만 지금 결말은. 꽤 유쾌하진 않아요. 제 게시글에 공감을 누르셨던 것 같은데 저는 삼수생입니다. 의대를 목표로 하고있구요. 여전히 약간의 슬럼프도 있어요. 노력은 여전히 어렵고, 제가 대단한 그들처럼 노력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그치만 사람마다 노력의 기준은 다르고 제가 보기에 회원님의 기준은 굉장히 높으신 편인 것 같으니까.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 노력이 도달했을 때 회원님의 성취감은 그누구보다 크겠죠 회원님의 기억속에서 님의 중학교시절은 노력하지 않고 머리로 승부했던 시절이었을 수도 있겠죠 저도 제 중학교 시절을 그렇게 기억해요. 그치만 아니었대요. 아니었을거에요. 그만큼의 성취를 이뤘던 자신을 믿으세요. 남들과 비교하지말고 본인의 길을 가세요. 당장 성적이 오르지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고1의 제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더해주고싶은 말이 많은데, 제한이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사문 이지영 선생님의 쓴소리에서 들은 제 가슴에 새긴 말이 있는데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대요. 도망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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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r (글쓴이)
· 9년 전
@rabbit1095 아...정말 감사해서 일단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엄두가 안나네요. 진짜 읽으면서 너무 공감되고 처음 이렇게 위로받아서 신기하기도하면서 울컥했어요. 남들은 다 선행이 다 되있는 상태인거나 집안환경등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걸 느끼고 갈수록 자신감도 떨어지고 목표, 방향도 잡을 수 없었거든요. 별다른 기대 없이 막연히 누군가의 한마디라도 있었음 좋겠다했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을 줄 몰랐어요. 지금 제가 막혀있는 이 과정을 이겨내신 것이 진심으로 부럽고 멋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더이상 도망치지 않을게요. 그리고 저도 꼭 찾아봐야겠어요. 중학교 땐 가지고 있었고, 고등학교에 와선 잃어버린 무언가를요. 제 담임선생님은 완전 엄격하셔서 선생님께 말해봤자 이미 답은 있는데 뭐가 달라질까란 생각과 선생님의 주요 관심사는 잘하는 애들에게만 있지 않을까란 부정적인 피해의식에 빠져 상담에 기대를 안했었는데 한번 진지하게 다 털어놓고 상담해봐야겠네요. 감사해요. 혼자 생각하는 것도 많았지만 이렇게 처음으로 남에게 알려서 직접 들으니 마음에 와닿고 색다르게 다가오네요. rabbit1095님께서는 분명 의대 목표 이루실거에요. 이미 어려움을 이겨냈으니까요. 저는 정말 강하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나가실 수 있다고 믿어요. 의대 꼭 성공하실 거에요. 다시한번 정말 감사드리고 힘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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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1095
· 9년 전
사실 저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놓고도 혹시 상처가 되거나 핀트를 놓친 부분이 있었을까봐 걱정 많이했어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에요! 저는 운이 좋아 삼수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지만, 그런 기회를 막연히 바랄 수 없으니까 되도록 빨리 마음 편해지시길 빌게요. 어떻게보면 긴 허송세월을 했죠 저는. 그 기간동안 혼자 틀어박혀 우울해하느라 좋은 인연들도 많이 놓치고 그랬어요. 그치만 그 시간을 지워버리고 싶다거나 그 시간때문에 내 인생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지나간건 지나간대로 의미가 있고, 저는 분명히 거기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그냥 마음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내 인생의 품격을 끌어올릴 아주 좋은 기회를 얻었고 이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분명 그 누구보다 더 많은 걸 얻어갈거라고. 그리고 그땐 그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을거에요. 선생님한테 상담을 받아보는 건 좋지만. 많은 기대를 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전 고3때 그 분처럼, 우울해져 있는 저에게 먼저 다가오셔서 용기를 주시는 선생님도 겪었지만. 넌 왜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선생님도 겪었거든요. 조력자의 존재는 큰 힘이 돼요. 그치만 내가 조력자였으면 하고 바랐던 사람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우울해져 버리면 내인생을 남에게 쥐고 흔들라고 하는거랑 같아져버리니까..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싶어요 진짜 제모습 보는 것 같아서ㅜㅜ 유투브에 이지영 선생님을 치면 강의중간에 쓴소리랄까 조언을 해주시는 영상이나 강연영상이 많이 있는데요. 한 번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요새 많은 힘을 얻고 있거든요. 힘내세요! 정말 잘되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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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r (글쓴이)
· 9년 전
@rabbit1095 으아ㅏㅠㅜㅠ 조언 진짜 감사해요..!! 오히려 죄송할정도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지금의 저를 이해 못할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은 예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시도해보려고요. 그동안 너무 외면하기만 했던 것 같아요. 상처 받더라도 다 필요한 과정이니 일단 부딪혀보고 저 스스로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이지영 선생님 강의 도움 많이 될 것 같아요. 꼭 들어봐야겠네요. 인생 선배로써 걱정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짜 용기 많이 얻고 위로도 많이 받을 수 있었어요. 다시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이 과정을 이겨내고 나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네요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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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1095
· 9년 전
네! 이렇게까지 기뻐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저도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저는 고1때 정말 힘들어서 나중엔 야자시간도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청소년 문화센터에 있는 청소년 상담 시설같은데를 알아봐서 문의하고 무료로 상담을 다녔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토요일마다요. 상담을 받기 전까지 기다렸던 기간이 한달정도 됐던 것 같지만. 제가 알아보고 직접 찾아가서 상담하고 그랬던 시간들도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주변에 직접 도움을 주실 분들이 안계시고 하면 그런 센터들 많으니까 꼭 찾아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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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r (글쓴이)
· 9년 전
@rabbit1095 아 진짜 감사합니다..♡ 이지영선생님 강의 듣고 자극 많이 받았어요 빨리 목표 잡고 독해져야겠더라고요 주변에 찾아보고 노력해서 바뀔 수 있었음 좋겠어요 계속 도움만 받고 무언가 해 드릴 수 있는게 없어서 죄송해요...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