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안녕하세요 대구의 한 여고생입니다.
요즘 제가 심리적으로 너무 힘든데 친구, 부모님, 선생님께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언니께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자존감이 낮고 제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미워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나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최상위권까지는 아니고 전교 10등 안에 들거나 못하면 15등 정도?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공립고등학교를 왔고 이과를 가게 되었는데 성적이 계속해서 떨어졌습니다. 저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좌절했습니다. 저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와 같은 학년의 아이들과 제 친구들을 보면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는 거짓말을 하고 기숙사에 입사하지 않거나 야자, 심자시간에 매일 자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저는 항상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벽 1~2시까지 공부하려고 항상 노력했고 거짓말을 해서 밖을 나가거나 놀 궁리를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제가 그 친구랑 성적이 비슷비슷하게 나왔더라고요. 심지어 몇과목은 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으니까 정말 서럽고 눈물이 나왔어요. 첫째날, 둘째날 그렇게 기분이 상하고 엉엉 우니까 셋째날, 넷째날은 아는것도 다 실수를 하게 되고 시험공부를 할 때도 시험을 칠 때도 머릿속엔 잡생각만 가득 차게 되더라구요. 어떤 친구는 영어를 대게 잘하거나, 수학을 두드러지게 잘하곤 하는데 저는 특별히 잘하는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집니다. 사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차별하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자기 수업을 더 열심히 듣고 성적이 더 좋고 높은 대학에 갈 학생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받아왔던 나에 대한 기대와 신뢰, 예쁨 같은게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진 걸 느끼니까 사실 많이 힘들어요. 저는 지금까지 '공부 잘하는 애', '모범생', '항상 열심히 하는 애'라는 타이틀이 있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었던 명확한 정체성이 흐려진 것 같아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친척들이 저한테 기대를 하는게 마냥 기분이 좋지만도 않아요. 그들은 저를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이야기하지만 저는 이제 더이상 공부를 잘하고 있는 아이가 아닌데 마치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가슴 한켠이 따갑습니다. 저는 꼭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고 싶은데 지금 제 성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해도 성적은 안올라서, 길을 몰라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입니다.
저는 아***가 돌아가셔서 엄마 밖에 없어요. 저는 고2가 되도록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저의 꿈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어요. 그런 저에게 저희 엄마는 여자는 초등학교 선생님 되는게 제일 편하고 행복하다고, 나는 너를 사립대나 다른 학과에 보내줄 생각도 돈도 없으니 무조건 국립대의 교대를 가라고 말씀하세요. 엄마가 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제 삶을 엄마가 결정하려고 하시는 것 같고, 다른 애들은 부잣집에 태어나서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는 이런 가정에 태어나서 돈이 없어서 원하는 대학도 못가야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요. 너무 암울해요.
어른들은 대학생이 되면 그때 실컷 놀라고, 그때는 진짜 행복할 거라고 이야기해요. 사실 저도 제가 대학생이 된 모습을 혼자 상상하면서 대게 기분 좋아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성적은 자꾸 떨어져, 다른 애들은 고1때부터 자기 꿈을 정해서 집중하는데 이제 고3이 되어가는 나는 꿈도 없어, 집도 잘 못 살아...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오면서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다르니까 내 삶은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10대와 20대를 보내고, 그렇게 살게 되지 않을까 무서워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