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야자를 째고 집에 왔어요 집에서 공부한다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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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cofhd1234
·9년 전
오늘은 야자를 째고 집에 왔어요 집에서 공부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숙제 다 하고나니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마음이 심란해서 좋은 글귀를 찾아 읽었었어요 노숙자로 태어나 하버드에 합격한 사람부터 막노동 하며 의대에 합격한 사람까지 훌륭하신 분들은 왜이렇게 많은지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 힘이 생겼는지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건지 분명히 공부할 힘을 얻*** 읽은 글귀들인데 자꾸만 나를 원망하고 있어요. 저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중학교 다닐 때 얻은 성적으로 우수 학생반에 들어갔거든요. 첫 시험 점수가 나오기 전까지는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성적이었어요. 그 시험을 치고 수학 심화반에서 기본반으로 떨어졌구요. 모의고사 성적도 형편없어서 집에서 많이 깨졌어요. 그때부터 무기력해지기 시작했어요.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로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어요 자해도 해봤구요 손가락 털을 죄다 뽑고 그것도 모자라 새로 올라오는 털을 다 짜버리니까 손은 피딱지 투성이었구요 입술이 건조해서 일어나면 더이상 안뜯길때까지 뜯어서 피를 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그렇게라도 다른 할일을 만들어 본거죠. 공부하기 싫으니까요. 공부하기 싫은 우수학생반 학생이라니 굉장히 모순적이지만 이젠 그 딱지도 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시험을 완전히 망쳤거든요. 영어 내신 점수가 45.8점이었어요. 진짜 말도 안 돼는 점수지요. 이 성적 가지고 대학을 어떻게 가지요. 이 영어 성적 때문에 이번에는 간신히 붙어있던 영어 심화반에서도 내동댕이쳐졌어요. 영어와 수학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는데. 둘다 기본반. 전 이제 완전히 평범한 학생 1이 된거에요. 공부 잘 했었던 거요. 다 중학생 한때였어요. 사실 전 내 생각보다 주변의 기대보다 훨씬 별볼일 없는 학생이었던 거죠. 우수 학생반. 저희 학교에서는 마옥당이라 부르는데요. 학년 당 15명 정도 들어가요. 이 반에 속하면 선생님들도 인정해 주시구요. 다른 애들도 무시 못 해요. 저흰 야자를 따로 해요. 따로 떨어진 낡은 건물에 마련된 독서실 같은 공간에서요. 토요일에도 와서 공부할 수 있고요. 급식도 주고요. 여러 특혜가 있는데 대표적으론 이 정도에요.. 전 이미 이 반에서 한번 떨어질 뻔 했어요. 한학기 끝날 때마다 멤버를 갈거든요. 저는 애초에 2학기 우수학생반 명단에 없었는데. 제 앞에 두명 정도가 여기 들어오는 걸 포기한다고 해서 제가 간신히 들어온 거에요. 원랜 이 반 학생이 아니게 됐던 거죠. 그렇게 겨우겨우 들어온 마옥당. 그럼 열심히 해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요. 부끄러울 정도로 공부를 안 했어요. 할 수가 없었어요. 하려고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나오니까 소리죽여 울기만 하다가 나온 날도 있구요. 그렇게 공부를 안 하니까 공부를 안 하고 있단 자책감을 공책이나 포스트잇에 끄적대기만 하다 시간 다 보내구요. 일도 안하는데 공부도 안하는 학생은 아무도 필요없어 이런 쓸데없는 우울한 글들이요. 그러다 결국 또 공부 안 하고요. 시험 잘 친 애들 사이에 나같은. 1등급대도 안 되는 심지어 아슬아슬 3등급 될 수도 있겠다 싶은 2등급대 짜리가 끼어 있으려니 몸이 뒤틀리고 괴로워서 도저히 거긴 못 앉아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처럼요 야자를 정말 자주 쨌어요. 그리고 대학 도서관을 가거나 집 방 책상 앞에 앉거나 했죠. 그래도 공부 잘 안 돼는 건 마찬가지였지만요. 그런데 얼마전에 처음 안 건데. 제가 야자를 쨀 때마다 엄마 편으로 문자가 가나 보더라구요. 그런데 엄마는 그런 거에 대해선 별 말이 없어요. 애초에 엄마는 제 학업에 관심이 없으세요. 백날 명문대 가라 얘기만 하시죠. 자기 딸이 지금 어떤 꼬라진지도 모르면서. 어쨌든 저는요. 오늘 이 글 쓰면서 또 공부를 안 했어요. 내일은 할 수 있을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당장 내일부터 공부하면 되지 뭘 걱정? 싶으시겠지만 이미 수십번도 더 마인드 컨*** 해 봤어요. 하루 써서 마음 다잡아 봤자 하루 버티고 끝이더라구요. 전 이미 망했어요. 시험이 16일밖에 안 남아있는데 아무런 공부도 된게 없어요. 공부할 의지도 힘도 부족해요. 그냥 늘어지게 자고 폰이나 하면 좋겠어요.. 공부하기 너무 싫어요.. 좋은 대학 가고 싶다 생각은 하면서 노력을 하나도 안 하는 건 욕심이겠죠. 잘 모르겠어요.. 아예 학원을 다녀볼까요. 지금 학원을 안 다니고 있거든요. 누가 강제로 시켜 주면 더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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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imoon
· 9년 전
공부와 주변의 기대로 많이 힘드신가봅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행복과 정서적인 교류와 공감할 사람이 주변에 없나봅니다 마음이 무기력해져서 공부를 못하신다고 하셨는데 왜 무기력해졌는지 원인을 알아보아야겠죠 대학은 중요하지만 대학을 나와서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시겠죠 오히려 명문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업해 남들에게 떳떳해보이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못사는 분들이 허다하구요.. 뒤 늦게 자기가 살고 싶은 인생을 그리는 분들이 많아요 안보셨다면 sbs스폐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편을 보세요 남들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과 똑같습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남들에게 인정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인것 같아요 순위.경쟁.1등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삶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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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vin
· 9년 전
제가 듣는 인강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인데요, 사람은 본인에게 "완벽주의" 의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에 괴로워 하고, 스스로를 혼내고,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셔요. 내신 점수도 잘 나와야 하고, 수능도 잘 봐야 하고, 명문대 가야 하고... 어마어마한 일들이죠. 그동안 심화반 자리 지켜온 당신 정말 대단하고 멋져요. 심화반 안 들면 뭐 어때요. 영어 점수 잠깐 떨어지면 뭐 어때요. 노숙자에서 하버드, 막노동에서 의대... 그런 일화들은 극 일부일 뿐이에요. 타인에게서 괴리감을 느끼지 마세요. 본인을 깎아 내리지 마세요. 상처 받는 건 깎여 내려가는 나일 뿐인 걸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좀 더 넓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도 좋아요. 글쓴이 분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