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꿈은 건대 수의학과에 가는 거예요 동물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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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저의 꿈은 건대 수의학과에 가는 거예요 동물을 무척 좋아하고 아픈 동물을 돌봐주는게 정말 즐거울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전 올해 수능을 본 고3이랍니다 사실, 고3 내내 건대 수의학과에 갈 성적은 전혀 안됐어요 꿈만 크고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전 허상에 빠져 살 뿐이었죠 결과는 수의학과는 택도 없고 정말 무시하던 곳을 가야 할 정도로 망쳤네요 내가 자초한 결과라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저는 너무 철이 안드는 것 같아요 재수는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제가 여태까지 보여 준 게 있으니까 못 믿겠다고 하시죠 사실, 저도 저를 못믿겠어요 주변 친구들은 미래를 향해 치열하게 싸우는데, 저는 그런 독기가 없어요 저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아빠랑 언니는 다 최고 학벌인데, 내가 못가면 너무 차이나고 친구들도 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갈 텐데 나는 뭐하고 있나 싶고 제가 이미지는 모범생이라 공부 잘하는 친구가 거의 다거든요 원래 성적도 그리 나쁘진 않았는데 점점 떨어졌어요 이런 환경에서 공부도 열심히 안한건, 무슨 심보일까요.. 저도 제 성격이 너무 이상해요 저같이 한심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아요 부모님 가슴에 못이나 박고 3년 내내 성적 떨어뜨린 거 보면 저는 부모님께 그리 죄송하지 않을 지도 몰라요 그렇게 투자를 많이 받았는데 말이죠 집이 재벌도 아닌데 참 불효녀에요, 전 저는 왜 제 인생을 망치고 있을까요? 저만 아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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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pen6403
· 9년 전
고3 수능에 인생을 시작했다보는건 대한민국이 가진 큰 병폐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늦더라도 다시 재수보는게 낫고 재수할 때는 더 진지하게 내 꿈을 진짜 내 것처럼 생각하고 가까운 수의병원에도 다녀보면서 체험적으로 공부해보는거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요 남이 가진 것을 본인이 갖는다고 똑같은 만족을 느끼기는 어려워요 그러니 스스로의 삶을 사시길! 화이팅! p.s. 공부잘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도움받을 수 있겠네요! 학교는 좋은 친구만난 곳으로 생각하고 헛된 날은 아니었다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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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soulpen6403 정말 따뜻한 말씀과 격려 감사합니다.. 정말 위로도 많이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겠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제가 한번도 좋은 성적을 보여 준 적이 없으니 여태 계속 제 성적을 부정하다가 수능 끝나고 현실을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원래는 성적이 못 나와도 넌 능력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면 언제든지 잘 볼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혼나기도 엄청 혼나봤고 부모님은 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셨어요. 게다가 저는 시험 망치면 몇일만 반짝 하고 불타오르다가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돌아가는 스타일이었거든요. 부모님은 제 그 성격이 수능 볼 때까지 안 바꼈으니 재수해도 달라질 게 없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저도 완벽하게 자신은 없어요. 지금이야 불타오르지만 제가 지난 시간동안 한 짓이 있고 1년이란 시간은 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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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soulpen6403 제가 저에게 자신이 없으면서 부모님께 똑같은 짓을 1년 강요하는 건 정말 막되먹은 불효녀라 생각해요. 오늘 기말고사를 치고 집에 오니까 엄마가 하루종일 우셨는지 눈 주위가 빨갰어요. 저보고 가천대 적성고사 수능 끝나고 있는지 찾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없어진 전형인데 이게 10월에 보는게 있는데 저희 학교에서 저보다 훨씬 못하는 애들이 선생님께 제안 받은 시험이에요. 제가 치대를 가길 바라셨던 엄마가 그렇게 기준을 한참 낮추기까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재수를 하고싶은데 엄마가 그럴 수록 정말 그런 말은 입에 담지도 못하겠어요. 지금 이 댓글을 쓰고 있지만 수능 잘봤던 못봤던 지금 모두 공부를 안 하는 시점에 저는 이제야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논술공부를 하고 있네요.. 수능끝나고 공부한다고 생색내는 게 아니라 남 공부할 때는 설렁설렁 하다가 이제야 수능 망치고 다 놀 때 혼자 공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웃겨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족한 것 없이 받기만 해서 그런지 주체적으로 행동할 줄도 몰라요. 뭔가 19년동안 남의 인생을 산 느낌이에요. 지금 그나마 드는 생각은 부모님께 다 받아먹고 재수하겠다고 말할 염치도 없으니 내가 알바하면서 돈벌어서 그돈으로 재수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친구중에 공부 못하는 애는 부모님이 진작 포기하셨는지 재수할 거면 너가 돈 벌어서 해라 이랬다네요. 근데 제가 돈벌어서 재수 공부 하기엔 지금 제 실력으로 건대 수의학과 갈 정도의 실력을 올리기엔 하루종일 해도 부족한데 과연 알바하면서 공부하는 내가 할 수 있 까 이런 우스운 생각이 들더군요 보나마나 부모님도 콧방귀를 뀌시겠죠. 재수 학원을 들어가야 그나마 공부할 환경이라도 조성될 텐데 알바를 하면 얼마나 벌겠어요. 재수 학원 갈 돈은 택도 안되죠. 그렇다고 대출을 받을 깡도 없어요. 그러고보니 많이 길어졌네요..ㅜ 원래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이 쓰면 좀 실례인 것 같은데 그래도 제가 너무 우울해서 그래도 읽어주세요. 그냥, 절 모르는 누군가에게 말할 사람이 필요했어요. 제가 한심하다 생각해도 직접 볼 일 없는 사람. 아무튼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번에 불수능이라 친구들 대부분은 재수하는데 저는 그애들이랑 상황이 달라요. 저처럼 고3 내내 성적이 안오르고 부모님 지원 잘받고 그런애가 거의 없거든요.. 정말 재수하겠다 말할 염치도 없어요 굳이 명쾌한 답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따끔한 충고나 격려의 말씀이라도 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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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soulpen6403 참고로 재수하고싶다고 몇번 말하긴 했어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제 성적을 듣고 재수해도 sky정도 못 갈 거면 다 똑같은 대학이래요. 차라리 안좋은 대학 다니다가 나중에 정신차려서 편입학을 하거나 제 꿈을 찾으래요. 그런데 전, 주위 환경도 있고 제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그런 대학을 가고 싶지가 않아요. 친척들은 변호사, 회계원, 의대교수, 선생님 등등 다 엄청난 학벌들 밖에 없어요. 제가 지금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가면 저는 친척들을 볼 때마다 제 대학을 얼버무려야 하고 친구들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어요. 재수를 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반드시 등급1122정도 받아서 적어도 고려대 까지는 반드시 갈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사실 근데 아직 완벽하게 부모님께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요번에 받은 수능 성적과 엄청나게 차이가 나거든요. 이대로 간다면 저는 정말 이름 모를 대학에 가게 될 지도 몰라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정말 고2로 돌아고 싶은 심정이에요. 저는 쓸데없이 똥고집만 쎄고 정작 열정은 없는 애에요. 부모님 잔소리 듣는 것도 엄청 싫어 하죠.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정말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제가 심성이 너무 약하고 듣기 싫은 말 들으면 반항하고 그러니까 좀 더 심한 말로 잔소리를 했다간 제가 혹시라도 안좋은 생각을 할 까봐 두려워서 언니 때처럼 잔소리를 심하게 안한걸 후회한데요. 그런데 저는 그런 나쁜 생각을 할 깡도 없어요. 정말 제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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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pen6403
· 9년 전
주위에 SKY를 많이 간게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일까.. 너무 없어보이는 곳으로 가면 또 아마 편입을 하실거 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학벌만 쫓다가 남뒷꽁무니만 따라다닐 수도 있구요 친척들이 다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무슨 일을 한다하더라도 남신경쓰지말고 건강히 사는게 좋아요 지금은 곧 20대라 남의 눈에 어떻게 비춰지는가가 크겠지만 앞으로 뒤에갈수록 인간관계나 평소 생각하는 마인드에 따라 사람이 바뀌거든요 열정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것을 찾지못해서 일거예요 이제 막 재수하겠다고 허겁지겁 공부하기보다 또 그냥 아무대나 대학가기보다는 1년을 두고 진짜 자신을 두고 노력해보는게 아쉬움이 없을 거예요 목표가 없는 공부는 노력이 아니라 노동이고 목표가 있는 공부라야 노력도 만족도 행복이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대학이 공부가 아니라 학벌로 줄이 되버린 상황이고 입시또한도 돈을 위한게 되버려서 그 가치가 많이 저급화됬지만 본인은 진짜 본인이 뭘원하는지 고민하고 노력해서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부모밑을 떠나겠지만 그에 앞서 정신적으로 자립하시면 많이 도움이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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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
@soulpen6403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하나하나 저에겐 너무 주옥같고 위로도 되고 도움되는 말이네요!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말도 았지만 다 제가 듣고 싶었던 말 인 것 같아요.. 마인드 카페를 언제까지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제 인생을 찾았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오면 또 댓글 달게요. 훗날 커서도 님이 하신 말은 절대 잊지 못할거예요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크게 굴곡이나 시련이 없었던 저의 인생중에 첫번째로 가장 큰 시련이거든요 제 넋두리와 사연을 진심으로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