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붙어도 문제일지 몰랐다. 예상치 못한 불수능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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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대학 붙어도 문제일지 몰랐다. 예상치 못한 불수능으로 내 수시 원서들은 수능 성적에 비하면 전부 상향이 되었다. 수시 논술 6군데 중 아무데나 한 군데만 붙어도 정말 기쁠 것 같았다. 실제로 한군데를 붙었고 그 순간 기쁨의 비명까지 질렀다. 이제 3년, 아니 6년 동안 바라고 바랬던 기쁨의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왜 마음편히 기뻐할 수 없는건지.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축하받지 못할까. 고등학교 진학이 앞두었을 때, 나는 전기고 모집에 떨어졌다. 후기고로 지역 일반고와 타지역 자율학교라는 선택이 남아있었다. 중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는 성적이었기에, 중학교와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는 나에게 계속 입학을 권했다. 그 자율고를 갔다가 그 일반고에 전학가기를 희망한 어느 선배의 좋지 못했던 성적까지 보여주며, 자율고를 가는 것을 막았다. 그래도 전기고에 떨어진 후부터 내 결심은 확고했다. 나는 다를 것이라는 헛된 믿음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당시 엄마는-나중에 그 시기가 엄마의 갱년기였다는 것을 알았다- 밤마다 나에게 혼을 냈던 것 같다. 내 얼굴을 제대로 ***도 않았다. 16살의 나이에 밤마다 옥죈 가슴으로 자야했던 건 당시 나에게 무조건 집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망설임없이 그 길을 선택했다. 그 고등학교는 어정쩡한 곳이었다. 대학에서의 평가와, 학교 내부의 사정이 특히. 분명 똑같이 중학교 상위권이 모인 학교였는데 자사고,외고들과 취급이 달랐다. 잘하는 아이들이 가득한 그 학교에서 나름 중학교 1등이었던 나는 그 상황에서 학종 같은 건 생각도 못할 내신을 받았다. 정시와 논술만을 준비했다. 힘들고 외로운 길이었다. 끝끝내 내치지 못한 3년간의 어느 친구로 늘 괴로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내신도 나쁘고 모의고사도 어정쩡한 나를 정말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았다. 나 뿐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거의 혼자서 대학에 붙었단 그 사실이 뿌듯하긴했다. 비록 쓴 수시 중 제일 낮긴했지만, 그게 어딘가. 나름 가고싶었기도 했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속이 상했다. 그 일반고에 가서 결국 나의 수시원서 중 가장 높은 곳에 붙은 중학교 친구. 자꾸 재수,반수를 권하는, 나의 대학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부모님.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를 무너지게 했다. 학교 선택의 문제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일반고와 나의 고등학교와의 불합리를 절실히 느꼈지만 후회따윈 소용없는 것이었고,여러 고생 속에서 얻은 것도 있으니까. 이를테면 고통을 견디는 법과 같은. 이런 것보단.. 입시가 끝나서 느꼈다. 난 아빠의 명함일 뿐이다. 딸이 아니다. 오직 나의 대학 명이 커리어를 세워주는 것이다. 내가 붙은 학교도 무시할 데는 아님에도, 자꾸만 술을 먹고, 한숨을 쉬며, 틈만나면 말꼬리를 잡아대고, 별것아닌것에 화내는 것으로 불만을 표한다. 늘 웃으며, 기분좋은 농담을 하고 나의 모든 것을 응원했던 지난 19년간의 아빠와는 다른 그 모습들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내 아빠일수가. 언젠가 엄마가 말했었던것도 같은 아빠의 본모습을 성인이 되자마자 보게되었다. 나도 나대로 중학교 때 친구들이 내 대학을 듣고 보내던 은근한 비웃음이 힘든데, 그래도 내 대학을 합격해서 애써 기뻐하고 있던 것은 허사가 되어간다. 지난 세월간 어떻게든 공부했던 나의 노력은 ***도 않고 보려하지도 않은 채, 학교 선택의 불합리성은 알려하지도 않은 채, 모든게 나의 부족으로만 여기는 그 모습.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거라 믿었던 합격 이후의 나날들은 하루하루 내 속에 돌덩이만을 얹을 뿐이다. 나름의 새내기 준비로 화장하는 것까지 빈정대고, 합격 후 책 한자 안 읽었다고 소리나 질러대는, 그런 사람으로 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싶다. 제발. 제발 나 혼자만의 괴로움에 무언가가 더 섞이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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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ohi4953
· 8년 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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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uhnya
· 8년 전
수고했고..많이 힘들었겠어요.. 뭐라 위로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다 지나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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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1203
· 8년 전
대학 붙은거 축하해요 수고했어요ㅎㅎ 부모님과 진솔한 얘기를 나눠보는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