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저는, 재수생입니다.
고등학교 3년간 공부하면서도 제가 꿈꿔왔고 생각했었던 미래에는 비참한 지금의 제 모습은 있지 않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수능 때 그 동안의 모든 모의고사보다도 훨씬 좋지않은 점수를 결과물로 받았고 정말 아득했었습니다.
시험을 본 후 집에서 가채점을 할 때만 해도 이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는지 전혀 현실감따위 들지 않더라구요.
하나하나 채점하면서 어이없이 피식피식 웃으며
- 세상에, 계산실수로 수학에서 6개나 나가다니
- 영어듣기를 수능에서 다 틀려보네?
이렇게 혼잣말하면서 재밌다는 듯이 제 점수를 몇 번이고 들여다봤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내신보다는 모의고사 성적이 훨씬 좋았던 저였기에 서성한까지는 아무리 못봐도, 잘보면 연고대도 정시로 노려볼 점수를 받아왔었어요.
그랬기에 더욱 이게 제 현실이고, 이 사회에서 저를 나타내주는 하나의 점수라는게 믿기 싫었나봐요. 진짜, 수능 다음날 아침부터 학교에 왜 오지 않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울기 시작해서 제 19년 인생 처음으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이게 현실이라는데, 나름 학교에서도 공부 좀 하는애였는데, 남들 시선부터 부모님의 실망감과 제 자신의 한심함까지.
그 무엇을 생각하든 앞이 깜깜해서 밥을 먹다가도,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도, 누워서 잠들기 직전까지도 계속 울었어요. 시도때도 없이 울었거든요.
수능 망하면 공무원 시험이나 ***, 뭐.
친구들과 쉽게 말했던, 그 시간에는 너무도 쉽게 말해왔던 대화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정말이지 부끄러워서, 그렇게 쉽게 말해왔던 그 때의 제가 너무 싫어서 더 짜증났어요.
지금은 다시 마음 다잡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왠지 오늘따라 그 때의 제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여기에 털어놓아요.
그냥, 지금은 부모님께 너무도 죄송하기만 할 따름이에요.
그리고 비참한 제 자신을 아직도 남에게 드러내기 싫어 졸업식도 가지 않으려는 제가 더욱 싫어지네요.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