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스무 살부터 급격하게 봄을 타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일조량이 급격히 많아져 호르몬의 영향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잘 모르겠네요.
어느덧 이십 대 중반에 들어서서 스물다섯이라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도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그때 그 봄의 설렘과 아픔과 상처들이 고스란히 와 닿네요. 특히나 스물의 봄은 더욱 크게 느껴지지만, 아픔과 상처는 꾸준하게 뒤돌아보고 스스로를 보듬으며 지나가는 시간들과 함께 거의 나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상하게 그때의 공기, 습도, 햇살의 느낌, 냄새, 길을 걷는 내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2월의 마지막 즈음이었나 그랬을 거예요.
2월의 마지막 즈음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무렵 저는 다시 또 골짜기에 빠진 것 같아요. 얕은 골짜기라서 마음만 먹으면 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데, 자꾸 그 그늘에 주저앉으려고만 하네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앉아서 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어서 빨리 따뜻함이 찾아왔으면 싶다가도 그 따스함과 햇살이 두려워 골짜기 안에 숨고 싶어지는 것 같아서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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