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일상적인 고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나는 범죄의 피해자이다. 작든 크든, 그것은 범죄였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마음에 생긴 상처가 터지고 곪아서 손 쓸 수 없도록 번질 때까지 외면 했다. 떠올리면 무섭고 두렵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만큼 그 기억이 괴로워서 계속 외면했다.
강산이 두 번은 바뀔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가해자가 내게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미안하다는 말 후로 전해지는 문장들은 너무 폭력적이라 저 문장들을 보느니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다. 결국 가해자는 멀쩡히 잘 사는데, 나는 긴 시간 동안 엉망으로 살았다.
길가다 어깨만 누구와 스쳐도 집에 와서 병적으로 어깨를 닦았다. 아무리 다른 사람을 좋아해도 손을 잡는 순한 마음 깊은 곳에서 불쾌함이 밀려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에 혼자 도망치듯 길을 걸을 때가 많았다. 늘 내게는 인간관계에 벽이 있었고, 그 벽 뒤에서 나는 외롭고 쓸쓸하게 썩어갔다.
그리고 나는 매일 꿈을 꾼다. 날 만지던 손의 불쾌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꿈에서는 더하다. 나는 그 손이 만지고 간 곳을 칼로 도려낸다. 왼쪽 가슴, 오른쪽 가슴, 팔, 어깨, 등...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입만 뻐끔 거리는 괴물이 되었을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꿈도, 현실도 모두 괴롭다. 할수만 있다면 정말 가슴을 잘라버리고 싶은 적이 많았다.
주변의 배려심 없는 말들에 나는 다시 상처 입는다. 그리고 도망치듯 꿈나라로 가서 스스로 목을 조르다 눈을 뜬다. 괜찮다고 느끼는 현실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나는 계속 슬프고, 아프고, 괴롭다. 괜찮아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중요한 시기에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나는 피해자인데, 내가 잘못해서 겪은 일이 아닌데... 나는 계속 일상을 피해 받고 있는 피해자이다.
오늘도 꿈을 꿀 것이다. 내 몸을 스스로 도려내든, 나를 만지던 손을 잘라내든. 내 꿈에선 끔찍한 비명소리만 들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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