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공부를 왜 하는거죠.
중3여자인데 요즘 공부때문에 신경도 예민해지고 부모님과도 사이가 안좋아지고 있어요.
저는 성적이 그렇게 좋은편도 나쁜편도 아니에요. 항상 중상위권을 유지해왔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평균 90점 정도 나오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엄마아빠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저는 말썽 피우지도 않았고 그냥 그럭저럭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는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저에게 요즘 슬럼프가 오고있네요.
처음 공부가 하기 싫었던건 중학교 2학년때였던것 같아요. 중2 1학기 중간고사때 수학을 밀려썼었거든요. 그때 예상 점수가 91점이었는데 71점으로 뚝 떨어진거죠. 제가 수학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70점대라는 점수를 난생 처음 받아봤어요. 엄마도 많이 혼내셨죠. 그 후 수학점수는 눈에 띄게 낮아졌어요. 90점때는 거의 못하고 계속 80점대만 나오고 그랬어요. 엄마는 제가 그때 다녔던 학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2학년 끝나기 직전에 학원을 대형학원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영어랑 수학이랑 같이 하는 학원이었는데 저는 그때 레벨테스트 결과를 받고 진짜 충격먹었어요. 그 학원에는 등급이 6개인가 7개인가 있었는데 그때 제가 밑에서 2번째 반에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물론 공부 잘하는 학원인건 알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어요.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려서부터 공부 잘한다는 소리도 자주 듣고 항상 수준별 수업을 하거나 소형학원에서도 상위권 반에 있었거든요. 말그대로 저는 그냥 우물 안 개구리였던거죠. 근데 부모님은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좋아하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그 학원에 가면 자극이 될거라고 생각하셨나봐요. 부모님은 저보고 같은 수준의 아이들끼리 있으면 경쟁심이 불타서 아마 공부도 더 잘되고 성적도 오를거다 라고 하셨어요. 저는 믿는 셈치고 그 학원을 다니기로 했어요.
근데 그 말은 다 틀린 말이었던것 같아요.
부모님이 하신 말씀과는 달리 저는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요. 그 반 중에서도 저는 하위권에 속해있어서 항상 꼴등하면 어떡하지 못하면 안되는데 이런 강박관념을 가지고 학원에 다녔던 것 같아요. 단어를 외워도 다 외울때까지 *** 않았어요. 그래서 맨날 새벽 2시 3시까지 깨어있었고 단원평가를 봐도 내가 제일 못본것같아서 막 남들 점수 훔쳐보고 나보다 낮은 점수를 가진 아이가 있으면 좋아하고. 이러다 보니까 기준을 남에게 맞추게 된거에요. 너무 힘들었어요. 방학내내 매일매일 울었던것 같아요. 결국엔 너무 힘들어서 버티지 못하고 엄마한테 울먹거리면서 그만두고싶다고 했어요. 제발 한번만 더 혼자하면 안되냐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저희 엄마가 그런거에 대해선 엄격한 사람이라 안된다고 할줄 알았는데 알겠다고 허락해서 놀라셨죠. 결국엔 2달도 채 안되서 전 학원을 끊었어요.
학원을 끊고 나서는 독서실에 다니기로 했어요. 문제집도 몇개 사고 과거는 다 잊고 새출발을 하기로 했어요. 처음 며칠은 진짜 공부가 잘 됐어요. 문제집을 한번에 100문제씩 풀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슬슬 공부가 안되기 시작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두분다 직장을 다니셔서 아침에 나가셔서 저녁에 오시는데 그 시간동안 제가 독서실을 가는거였거든요. 그래서 안가고 거짓말 쳐도 모르셨어요. 처음에는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나중에는 그냥 밥먹듯이 독서실을 빠졌어요. 덕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웹툰 몰아보기나 하이큐 정주행등 많은것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며칠전에 엄마에게 결국 걸리고 말았어요.
저는 뒤지게 쳐맞았죠
그 다음부터 엄마는 자꾸 저보고 "학원이 힘들면 과외를 해라. 전에 다니던 안빡센 영어학원 다시 끊어줄까" 이런 얘기를 계속 수도 없이 하세요. 계속 아니라고 잘할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자신이 없어요. 공부한다고 책상에 앉으면 자꾸 딴생각이 나고 주위 물건들이 너무 거슬려요. 요즘에는 문제집도 거의 못풀거든요. 그렇다고 학원을 다시 가고싶지는 않아요. 그런 지옥을 또다시는 겪고싶지 않거든요. 하지만 요즘 제 행실들을 보면 학원에 가는게 훨씬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원에서 숙제같은거 다 내주니까..정말 사교육이 저에게 도움이 될까요.....
진짜 요즘에는 공부자체에 그냥 회의감이 느껴지네요. 공부 말고 다른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막상 초등학교때부터 계속 해온 공부에 손을 놓자니 그렇게 할수도 없고. 그냥 이렇게 어영부영 살아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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