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이혼위기 상황을 겪고있는 직업군인입니다.
짧게쓰고싶지만 아무래도 글이 길어질 것 같네요.
저와 제 집사람은 20대초반 일찍이 결혼을 했습니다.
네, 혼전임신이였죠.
연애기간은 1년반 정도로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았지만
새 생명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때문에
달리 다른 선택을 하진 않았고,
1살 연하였던 집사람은 그런 저를 믿고 따라와주었습니다.
해당 사실을 양가에 통보한뒤 허락을 얻어내었고
입대 전 저는 공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나름의 생활비를 충당하며, 본가(시댁)에서 가정을
꾸려나갔습니다.
20대초반의 대부분이 그렇듯
분가를 하기엔 모아둔 돈이 턱없이
작았기때문이죠.
시간이 지나 저는 생계를 이유로
입대를 병사가 아닌 간부로 하였고
3개월간의 훈련기간동안 홀몸아닌 집사람은 홀로
외로운 시댁살이를 하였죠.
오직 저랑 편지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그렇다고 본가식구들이 대부분이
집사람을 모질게 대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만
대부분이라는 표현에서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단 한 분, 아니 두 분이라고 해야하나요.
저의 부모님이요.
성격이 다혈질이라 워낙 사이가 왔다갔다하여
자주 고성으로 싸우고 제 어머니는 생각없이
말을 툭툭 내뱉는 성격탓에(가족 모두 포기함)
이때부터 임신한 제 집사람은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던 모양입니다.
집사람이 티를 안내서 몰랐지만요.
그렇게 약 9개월간의 시댁살이를 마치고
모든 교육/훈련 과정이 끝나게된 저는
그동안 저축한 금액으로
바로 부대 근처 관사를 얻어 분가를 하게되었습니다.
비록 좀 노후되었지만 28평형의 살만한 아파트를요.
그렇게 꽃 길만 걷는줄 알았지만..
어떻게보면 직장의 신입사원 격인 저는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야근탓에
별 보며 출근하고 별 보며 퇴근하는 삶이였습니다.
그래도 가장이라는 책임감 속에
그저 버텨내려고, 혹여 가정에 그런걸 짜증으로
풀지않으려고하고 부단히 애썼지만..
그냥 버티기만 한 탓인지 감정적인 부분이
너무 삭막해지어 결국 가정의 대화가 끊기게되고
무관심 속에 살게되더군요.
이마저도 전 몰랐습니다. 눈치가 없는편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할 겨를이 없었던것 같네요.
어느날 갑자기 이혼통보가 날아오네요.
말다툼을 하거나 싸움이 없었어서 전혀
어떤 이유때문인지, 감조차 안잡혔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위에 써놨듯 이유야 많지만요.
하지만 그때 당시엔 너무 화가나고, 분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데
한 순간 삶의 방향성을 상실해버린 기분과
집사람에 대한 배신감에요.
대다수 군부대 특성상 위치가 시골이고
교통여건도 좋지않지만
제 부대는 그래도 괜찮은정도 축에 속했었고
집사람도 꽤나 시골출신이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함을 알기에
애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기고 일도 하라고했으며
아파트 단지내 친구를 소개시켜주는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노느라 외출, 외박
주말에 애 볼테니 바람쐬러 나갔다오라는둥
어느정도 여건보장을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보상이 이혼통보라니 참.
결국 제 설득으로 이혼은 무마되었으나,
집사람과 저와의 관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한때 오바해서라도 표현하려고하고
집안일도 더 거들어주고
개선***려는 노력도했지만.
집사람을 100퍼센트 다 이해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쉽사리 돌아오지않는 무심한 집사람의 표정에
금방 지쳐버렸죠.
그렇게 관계는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도 불만이 없었던것은 아니기에 더 그랬을지도요.
그렇게 무관심이 분노로 바뀌게되고
끊임없이 서로를 할퀴다가
결국 집사람이 정신적인 문제(중증 우울증, 자해)
가 생기게되고, 사실을 알게된 친정식구들에게
저는 그동안의 상황을 상세히 보고하였고
장인어른은 본인 딸이니 본인이 끌어안고가겠다며
집사람을 입원시켰고(저도 동의한사항)
현재는 퇴원하여 친정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친정집과 연락/교류가 없어 병원측 연락으로
퇴원을 확인)
결과적으로 병원에서든, 주변인들이든 저로인해 집사람이 그렇게되었다고 하고있으며
책임감과 죄책감, 연민을 느끼기도하지만,
폭력을 행사한것도아니며, 외도, 도박 등을
한 것도 아니고 일때문에 가정에 소홀했다란
죄목으로는 너무 큰 짐을 지는것같아동시에
집사람과 제 자신에대해 원망과 분노도 느끼고있습니다.
신경안정제도 먹어보기도했고
지속, 산발적인 우울감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감
목표 상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당히 병들어가고있고
어쩔땐 죽어가는 느낌마저 듭니다.
본래, 이혼은 가당치도않고
집사람의 병마저 끌어안고 가겠다 라는 생각이였지만
친정집에서 태도가 저렇게 나오니
어쩌면 이혼은 안된다는건
단순 제 욕심, 책임의 회피 같기도합니다.
그러니 이혼하는게 맞을까요.
이혼이든 아니든 지금상황에서
제 아이가 너무 불쌍하네요.
아이를 위해서, 제가 나가야할
방향을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한 시점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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