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저는 경찰입니다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숭고한 직업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이 일로 인해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찰일을 하면서 느낀점은 전 정말로 경찰하기 부족한 사람이란 점입니다
소심하고 느리고 말귀 못알아듣고 더군다나 표정도 원래 밝지 않은데 운전까지 서툴러요
당연히 직장에선 깨지기 일쑤죠 하루에 두번은 꼭 혼나는것 같네요 일하고 있는 지금도 그래요ㅎ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닙니다 제가 변하면 다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같은 후배가 오면 저라도 답답해 할 테니까요
저도 스스로의 모자람을 알고 고치려는 무던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 눈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진짜 문제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웃어보려할 때마다 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타고난 성격을 억지로 뒤집어 가짜미소를 지어도 일처리든 운전이든 꼭 하나 크게 터지더라고요.
제 마음 속엔 지금 악마가 사는 것 같습니다. 뭔가 제가 희망적인 생각을 할때마다 그 행복을 집어삼키는 못된 악마가요. 저를 괴롭히는 이 악마는 도저히 제가 처리를 못할 정도로 커졌어요.
저는 지금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도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굴만 보면 저를 비웃고 욕할것 같거든요. 사람들 얼굴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사람은 날 무시하는거야, 저사람은 나랑 얘기도 하기 싫어하는 모양인데, 둘이 모여 또 내 이야기를 하겠지 등등요.
어느샌가 사람들이 저랑 얘기를 잘 안하시더라고요. 인사를 해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 용기를 쥐어짜서 가벼운 이야기를 걸어봐도 대답만 하고 무시하는 사람. 기껏 변화를 시도해봐도 두꺼운 벽 앞에 좌절하곤 합니다.
저는 지금 이직도 심각히 고려중이에요. 사람 안 만나는 직업이 어딨겠냐만은 그래도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아요. 돈 조금 덜 받고 마음이 편한 곳이 어딨을까, 아니면 그냥 잠깐 휴직이라도 할까 싶다 가끔 무서운, 해선 안될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제가 현실을 돌파하지 않고 도피만 하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시간이 해결해줄거란 믿음도 가져봤죠.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놓고 뭔 소리냐 싶기도 하지만 그때뿐이에요. 저는 출근해서도 퇴근해서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출근하면 또 털리겠지, 퇴근하면 다시 출근해야지.
국가의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려던 저는 근 두 달 동안 ***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소에 즐겁게 살던 저는 죽었어요. 지금은 뭔 일을 해도 주저하는 멍청입니다. 자신감은 진작에 사라지고 누군가가 지시하는대로만 사는 인형만도 못한 존재네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이도저도 못하는 한심한 제가 싫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사회생활 할 시간에 집에서만 놀았던 거?
착하게 살면 언젠가 인정받고 보답받는단 말만 믿고 살았던거?
그냥 멍청하게 태어난거?
하소연할 곳 없어 고민하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경찰이 이딴 고민이나 하다니 싶으시겠죠.
저도 알기에 비밀스레 글을 남깁니닫.
창피함을 무릅쓰고도 저는 위로받고 싶어요.
이런 글귀 가지고는 답을 얻기 힘들겠죠 저도 압니다.
저는 그저 조금의 위로가 필요해요.
넌 잘못되지 않았어, 수고했어, 니가 있어 다행이야 같은.
부디 제가 다시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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