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해야지" 라는 대답을 얻을려고 당신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다. 해결방안을 듣겠다고 당신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다. 너만 힘든게 아니다, 자기도 힘들다, 다 그렇다 라는 얘길 들으려고 당신한테 말한게 아니란 말이다. 그 누구보다 대화하는 시간이 길고 친구들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을 당신에게 말했는데.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최근의 것은 아니다. 요즘에 극단적으로 강하게 느끼는 것 뿐이지. 그래서 당신한테 털어놨는데.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알고 있어. 나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라는 거. 근데 누구보다 알고 있어. 내가 안될 거란거. 근데 차마 말을 못하겠다.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깐. 엄마 그 특유의 실망하는 목소리가 맨날 내 귀에 맴돌아. 그것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다. 제발 이번 시험 포기해도 된다고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면 안될까. 나 자살 시도도 했다고 맨날 운다고 힘들다고 했더니 뭐라 했어. "공부가 안되니깐 그런 생각 든다고 나도 힘들다고 니만 힘든거 아니라고 힘들어도 어떡하냐고 해야지" 라는 말 듣고 그 날 바로 손목 그었다. 그런 말 들으려고 내가 전화한게 아니야. 이젠 손목에 난 상처 자국이 없으면 불안해. 상처가 아문다 싶으면 또 긋고 또 긋고. 근데 왜 걱정을 안 해주는거야. 난 지금 내가 제일 힘든데 왜 공감 한 마디를 안 해주는 거냐고. 오히려 친구들이 더 낫더라. 그래도 알고 있어 날 사랑한다는 것을.
엄마 미안해. 엄만 날 위해 그렇게 희생하시고 내가 쓴 돈만해도 엄청 날텐데. 이 시험 접수비만 20만원인데. 수업료만 700만원이 넘는데 이 짓을 3번이나 하니깐 돈이 얼마나 들었겠어. 거기다 심리상담비까지. 난 항상 미안해하며 살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와야하는데 내가 그렇지 뭐. 엄마 미안해 아빠 미안해 오빠야 미안해 가을아 사랑해. 그래도 나한테 올 미래가 두렵고 현실이 무서워. 결과를 듣고 날 부모님의 얼굴 표정을 보기가 힘들고 목소리가 듣기 싫고 행동을 보기가 무서워. 그래도 다음 생에 만약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당신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깐. 그 땐 더 잘할게.
난 요새 내가 이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죽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혼자 사니깐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깐 죽어도 모르겠지. 그래서 미리 장기기증 신청을 했다. 꿈에서도 난 죽어갔고 눈을 감고 있으면 어느새 자기비하를 하고 있고 마지막은 자해로 끝난다. 그래서 난 잘수가 없다. 약물 치료를 요한다 해도 부모님은 지금의 내 상태를 심각하게 보시지않는다. 장기기증을 허락하신다면 난 죽어도 가족에게 남길 육체는 없다. 인체 조직기증까지 다 해놨으니깐. 죽어서도 불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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