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죽겠다 싶은 하루가 또 지났다. 삼일 연속되는 야간근무 중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죽겠다 싶다. 근무 시작하자마자 또 응급환자가 내려왔다. 정신차리고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시간이 빨리 간건 좋지만 그래봤자 '이제 시작'이었다. 정신줄을 놓았다 붙잡았다 반복하며 근무시간을 견뎌냈다.
고작 10개월. 몸도, 마음도 바닥난 것 같다. 아파도 티가 나지 않고, 티를 내지도 않는 탓에 어느 누구도 내가 힘들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친구에게 털어놓아도 자기 힘든 일들을 내게 털어놓기 바쁘다. 자꾸 반복이 되다보니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지친다. 친구가 털어놓는 일들마저 내것이 되는 것 같다. 더 죽겠다.
고작 10개월인데 근 10년간 아팠던 것보다 자주 많이 아프고 지친다. 잠깐씩 있던 불면증이 갑작스럽게 심해졌다. 잠에 잘 들지 못하고 한두시간마다 깬다. 성격에 잘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바닥이 난 것 같다. 지금은 앰뷸런스 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CPR 환자가 올 수도 있으니까. 가끔은 퇴근해서 쉴 때도 환청 같이 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굳이 버티는 이유는...... 1년은 채워야한다는 건 둘째치고, 그 전 직장에서 시작을 잘못 끊고 끝낼때까지 하루하루 힘들게 고민하고 걱정하며 안 좋은 사람들 속에서 지냈던 것도 한몫한다. 일종의 트라우마인지 시작도, 끝도 두렵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거야, 그런건 싫은데 내가 어떡하면 좋지, 조금만 더 있어보자, 이사람들한테 어떻게 말을 하고 끝내야할까, 내가 그만두기 전까지 말이 나올텐데 그건 또 어떻게 견디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끝이 없다. 생각만 하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내일 하루를 또 견디기로 마음먹는다.
아직 그만 두고 싶진 않다. 그런데 몸이 안 따라준다. 자꾸 비실거려서 영양제를 사먹었더니 되려 탈이 나서 토한다. 잠도 잘 못 자서 체력도 딸리고 두통이 계속 된다.
조금 더 일하고 싶다. 그런데 마음이 안 따라준다. 우울해지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 때가 늘어간다. 더 초조해지고 잘해야지 싶은데 잊어버리는 실수도 늘고, 다시 자책하고 걱정한다. 열심히 해야지 싶은데 게을러진다. 해야할 일마저 안 하게 될 때가 많다. 일할 때 빼고는 밖에 나가는 일도 줄어든다. 몸이 피곤하고 지치니까 밖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도 줄어든다. 우울하고 힘드니까 기대고 싶은데 기댈 사람도 없고, 나와 시간이 맞는 사람이 없다. 내 얘긴 누가 들어주나 싶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