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8살. 만으론 6살. 딱 이맘때 납치를 당했습니다.
30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고, 제 발로 큰 상처없이 돌아왔습니다. 잠깐 무서웠다고 생각했고, 일상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동네를 지나가면 눈물이 흐르는 것 빼곤요. 굉장히 묘한 기분입니다. 난 정말 괜찮은데, 주르륵 눈물이 흐릅니다.
납치얘기를 하는데 카테고리가 '성'인 이유는 그 때 유사***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도 경찰도 저도 모르던 사실입니다. 그 당시엔 '성적인 행위'를 전혀 몰랐기에 제대로 진술을 못했습니다. 그 날의 일도 머리 한구석에 숨겨두었기에 꺼내볼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 일을 다시 떠올린건 그날로부터 10년이 흘렀을 때입니다. 그저 '내가 어떻게 살았더라...?'라는 심심한 질문에 답하다가 떠올랐습니다. 아... 그날 그게 그런 행동이었구나. 그날밤 짖던 개에 납치범이 겁먹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끝까지 갔겠구나. 성적지식이야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왔지만, 별개로 생각한 것들이 합쳐지면서 소름이 끼치더군요.
그것때문일까요. 의미있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랑은 당연히 못해봤고요. 3개월. 100일을 챙겨본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질리거나, 상대편에서 지치거나... 그 일로 스킨쉽이나 잠자리를 기피할 법도 한데, 오히려 스킨쉽이 연애의 이유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벼운 관계만 찾게되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넌 사랑할줄 아는 애같았는데...?'라며 의아해합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충분히 받고 자랐기에, 주변사람들에겐 애정을 퍼주는 편입니다... 남녀간의 사랑만 잘모르겠습니다.
뭐... 어려서 일수도 있습니다. 전 23살이니깐요...ㅎ
글쎄요. 거창하고 길게 적어놨지만, 전 잘살고 있습니다. 부유하진 않아도 돈걱정없이 살고있고, 괜찮은 외모덕에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도 많고, 성격도 밝아서 친구도 꽤 있고, 괜찮은 대학에서 괜찮은 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잘지냅니다. 이런저런 결핍은 있지만 괜찮게 지냅니다.
쓰다보니 제가 뭔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아무한테도 못해본 이야기라 적고 싶었습니다. '멀쩡해보여도 누구나 힘들어' 이런 결론을 내고 싶진 않습니다. 다들 힘들지만 그렇다고 내가 안힘든건 아니지 않습니까? 함부로 '힘내'라고 하고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당신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해줄 수도 없습니다. 그냥 '나는 이렇습니다.' 이게 제 이야기의 결론입니다.
(*사건에 비해 큰 문제가 없는, 김새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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