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내 뒤늦은 하계휴가 전에 빅엿을 준 팀장과 그 여자아이. 덕분에 하계휴가는 휴가가 아닌 병가가 되어버렸고 지금도 속이 답답하고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삼일을 밥을 안 먹었더니 쓰러질 거 같아서 쓰러지면 억울할 거 같아 밥은 먹고 있다.
그래. 그 글 내가 맞다. 그 여자아이를 욕한 글 그 여자아이의 주변을 욕한 글 그리고 부조리한 업무환경과 나와 뜻이 달랐던 상사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가족 친구 애인 포함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지극히 사적인 내 얘기들을 그 여자아이가 모조리 프린트해 팀장에게 일러버렸다. 내 인생에서 구설수가 몇 번 있었는데 아마 이번이 역대급인 것 같다.
나는 회사에서 늘 예스걸이였고 트러블 일으키지 않으려는 애였고 그렇기에 내가 만만한 누군가에게 표적이 되는 건 당연했다. 작년 연말에도 그로 인해 내게 사건이 터졌었고 며칠을 앓은 건 나였다. 그럼에도 참았고 참아냈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팀장은 그 글들을 프린트 한 걸 보여주며 이거 심한 글들이라고 했다. 심한 글들이라. 당신들을 따돌린 그 여자들(날 이른 저 여자애가 포함됨)의 카톡방보다 더 심한 글들일까. 내 업무를 잘하고 싶어서 업무 지식이 부족한데 주변인들에게 물어볼 수가 없어서 올린 글들 센스가 부족한데 어떻게 할까요 하는 글들이 심한 글이라고?
돈 때문에 사람이 변해가며 미쳐간다. 내가 생각해도 헤픈 웃음이 많았던 내가 웃음이 없어졌고 사람들에게 치여 산 걸 그렇게밖에 풀 수 없던 나의 온갖 치부가 그 여자로 인해 다 까발려지고 말았고 난 앞으로 회사에서 아 그 글 올린 그 직원? 이 될 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은 이번 일로 인해 날 이중적인 애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가 예전 들었던 말들처럼 얌전한 고양이 어쩌고 하는 말들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내 일만큼은 늘 책임감 있게 내 힘 닿는 한 제대로 해 내려고 했다. 언제까지 이 회사에 있을지 어쩌면 바로 며칠 몇 주 뒤에 퇴사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이상 예스걸이 되어 충성할 이유가 없어졌다.
남들에게 평생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내게 유독 자주 벌어졌었다. 이제 괜찮겠다 싶었는데 또 터졌다. 나의 인생이 대체 어찌되려 이러는걸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하며 살아왔나. 뭘 잘못했길래 나보다 더 큰 잘못을 한 이들보다 더 벌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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