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결혼하고 내가 후져졌어요.
아니, 결혼에 응한 게 후져짐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사랑은 못 받아도 합리적 비혼주의자로 당당하긴 했을 텐데.
지금 나의 목표는 아이를 행복한 사람이 되도록 키우는 것이 되었죠.
이게 세상에 나게 한 나의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네요.
그저 아이를 보고 사는 후진, 평범한 부부가 되었네요.
그래도 사랑으로 살고팠는데, 남들과 다르겠지 믿었었는데.
하염없이 지워져 가는 저란 사람을 보며 절망감에 빠질 새도 없이 육아 전쟁입니다.
태어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는 울음으로만 욕구를 표현하네요.
그 울음의 의미를 다 알 것 같을 땐 육아가 재밌고 울음마저 예쁘다가도 시시각각 변하는 게 아이다 보니, 아이의 욕구에 맞추기가 너무 어렵네요.
이 어려운 걸 내가 어쩌다 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비혼주의자였는데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타임워프라도 일어난 것처럼 과거의 내 생각과 현재의 내 모습의 괴리 속에서 뒤죽박죽이네요.
이런 나를 남편은 사랑은 할까, 싶습니다.
혼자서 이 가정을 꾸려나가려 고군분투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늘 제 자리 걸음인 듯 보일 테니까요.
머릿속으론 아이를 위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맞다고 생각되면서도, 맘 속으론 나란 존재를 ***습니다.
예전의 내가 보이지 않아서, 내가 없어서 너무 고통스러운데, '행복한 가정' 아래 가려지고 마네요.
이 마음을 이해받고 싶은데, 그 누가 알까요.
한 순간에 엄마로만 남겨진 것 같아 슬픕니다.
아직 행복한 가정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 했는데, 매일이 삽질인 것 같아요.
남편과의 무의미한 언쟁, 행복에 가려진 내 모습.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이 글을 끼적이면서도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네요.
이렇게 한없이 미안하기만 한 엄마의 역할, 아이를 사랑하지만 이 또한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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