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내가 여기 있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맞지 않는 학교, 낯선 환경, 버거운 분위기
단지 엄마아빠가 바란다는 이유만으로
특목고에 진학해서
마음에도 없던 공부를 시작하고
이 학교이 합격하고 싶은 의지도 거의 없었는데
얼떨결에 합격해서 뭔가 남의 자리를 뺏은 기분이랄까?
나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이 있을텐데.
나보다 더 뛰어나고 이 학교에 오고싶어했던 사람이 있을텐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 학교이 오고싶어했던것도 아닌 내가
당당하게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걸까 싶다.
낯선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일반고보다 훨씬 치열하다는 경쟁 속에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내가 하고싶은 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건 무엇인지
진짜 나는 누구인지
찾지도 못하고 기계적으로 공부만 하는 이유가 뭘까
이렇게 아무 의지도 없어서 공부도 안하고
시험기간에도 펑펑 노는 내가 과연
이 학교 학생이 될 자격이 있을까
다른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잘 해보겠다고 노력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높은 성적을 받으려고 죽어라 노력하는데
나만 아무 의지도 이유도 목표도 없이
아무것도 안하니까 괜히 비교되고
나 자신이 그런 친구들에 비해
너무 하찮고 같잖아 보인다.
남들은 오고싶어하는 이 학교에,
좋은 기회라며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이 학교에
운좋게 합격했으면 감사한 줄 알고 열심히 해야하는데
오고 싶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노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먼서도 막상 노력을 안하면 불안하고,
남들이 말하는 것 처럼 내가 좋은 기회를 발로 차 버리는 것 같고
특목고에 다니니까 더 열심히,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더 잘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공부를 하려고 하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남들이 부러워한다는 이유로 나까지 여기서 부러워할만한 학생이 되어야 하는지
내가 왜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공부에 미쳐 살아아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막상 공부를 놓자니 내가 너무 한심하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니까 아무것도 안하면서도
내가 뭐라도 된 것만 같고
남들이 부러워하니까 내가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할 것만 같고
특목고니까 공부 잘하겠지 하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성적도 안나오면서, 공부도 안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스스로도 너무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왜 이 학교에서 이러고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걸까
내가 계속 이 학교를 다니는 게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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