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안녕하세요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저는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지내고 있어요. 잘하는 것도 꼽자면 없고 좋아하는 것도 꼽을 수 없는 아주 평범한 학생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첫째라는 생각에 누구한테도 제 속마음을 털어논 적이 없습니다. 그냥 항상 재밌다, 할만 하다. 이게 제 표현의 전부였어요. 부모님께도 제가 하고싶은 걸 마음대로 말씀드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미술이 하고 싶었는데 미술을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물감이며 붓이며 쓸 때마다 닳았지만 그걸 또 사기엔 눈치가 보였습니다. 동생이 둘이나 있었고 제가 미술을 하게되면 부모님께 금전적으로 타격이 크겠죠. 그래서 중학교 일학년, 저는 미술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부모님 기대에 미치지는 못 했지만 전교 20등 정도는 항상 들었어요. 그래도 저한테 돌아오는 말에는 수고했다는 말보다 '조금만 더 했으면 좋았을텐데' 였습니다. 너무 속상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면서 힘들다고 말 해본 적도 없고 짜증을 낸 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냥 힘들어도 항상 방에서 수고했다 수고했다 이 말만 반복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제 고등학교 배치고사를 앞두고 꾸중을 들었습니다. ' 책 한 자도 안 보는데 무슨 공부를 했다는 거냐. ' 저는 중학교 3학년 내내 학원에 치여서 늘 하루에 단어 200개를 소화해야 했고 처음보는 모의고사는 2등급을 맞았어야 하며 모의고사 지문을 모두 외워야 했고 새로운 수학 공식을 모두 암기해야 했습니다. 이주사이엔 단어 3000개를 시험을 보고 통과를 해야만 했어요. 그러한 상황에서 국어 문학도 저 스스로 풀어나갔고요. 근데 이걸 엄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전 엄마께서 일어나실 때 학교가 멀어 등교를 시작했고 주무실 때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공부를 하셨는지 중학교 내내 모르셨던 거지요.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아무도 몰라줘도 속으로는 절 응원하고 계실 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안 한다는 소리에 너무 울컥했습니다. 저는 이번 방학을 마지막으로 휴대폰도 폴더로 바꾸고 쉬는 기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말씀도 드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만 하라고 하시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울면서 방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학업으로 인해 죽고싶다는 생각을 5학년 때부터 해왔습니다. 제가 이런건 제 주변에서도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오늘은 너무 우울해서 정말 처음으로 손목에 선을 그렸습니다. 피가 나진 않았지만 부었어요. 이 상처를 보고 나니까 제가 너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서부터 제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누군가한테 얼굴을 마주보고 제가 어떠한 감정을 가졌는지 말해 줄 자신도 없고요, 그걸 밝힐 생각도 없어요. 그저 제가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위로 한 번만 부탁드려요. 전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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