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을 당했다.
가족들에게서 나는 치마가 짧아서, 라며 되려 구박을 받았다.
집과 학교 거리가 멀어 지하철을 타고 등하교를 했었다.
늘 교복에 겉옷 하나를 입고 자리에 앉을 때는 옷으로 다리를 가렸다.
그 날은 이상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게 좋아서,
굳이 옷을 벗어 다리를 가리지 않고 입고 있었다.
옆자리에 웬 남자가 앉았다.
20대 남자로 보였고 멀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불편할 정도로 나와 붙어 앉으려 했고,
겉옷을 벗어 내 다리와 본인 다리 사이를 덮었다.
왜 자리를 옮기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내가 생각한 게 아닐수도 있었고 내 오해로 인해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했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다리에 이물감을 느꼈다.
오른쪽 허벅지와 치마 사이에 남는 공간으로 낯선 것이 느껴졌다.
무서웠다. 소리지르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나는 그런 상황이 오면 뭐하는 짓이냐고 따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사고회로가 멈춘 것 같았다.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손이 점점 깊이 들어오려고 했다.
당장 이 상황부터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다음 역에서 허겁지겁 열차에서 내렸다.
열차에서 내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 남자가 보였다.
구역질이 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며 하염없이 울었던 것 같다.
수치스럽고, 무섭고, 부끄러웠다.
내가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그런 벌을 받은 것 같았다.
내가 하필 그날 겉옷을 벗어 다리를 덮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내 얘기를 들은 엄마는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했다.
왜 내가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며 학교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께 말하고 싶었지만 나를 안쓰러이 보고 동정할까봐 말하지 않았다.
의지할 사람이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말해봤자 내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 게 뻔하니 조언을 구할수도 없었다.
지금도 나는 치마를 잘 입지 않고, 입어도 무조건 다리를 덮을 수 있는 겉옷을 챙겨 입는다.
이 사건은 내게 꺼내기 힘든 기억이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그 때 신고하지 못했던 나를,
그런 일을 당하고도 묵인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에게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내 자신에게 미안하고, 또 같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그 때 적극적으로 신고를 했다면, 나를 시작으로 무언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이 글을 빌어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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