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올해 고등학교 입학하는 신입생이에요
학교 행정실에서 연락이 오더라구요
고등학교에서 등록금이 스쿨뱅킹으로 이체되지 못해 입학취소 처리가 되었다 하시더라구요 전부터 스쿨뱅킹에 잔액이 없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버리다니
의무교육이 아님을 실감한 날이었어요
입학취소 네 글자에 엄마는 당황하시고 저도 많이 놀랬죠
아빠께 전화하니 본인이 할수있는 건 다했다면서 엄마보고 알아서해라 라고만 하셨죠 참고로 엄마는 주부입니다
당장의 생활비 관리비 카드비 세금 학원비 등등도 밀려 연체료가 붙은지 몇개월 됐는데 무소득인 엄마께 알아서 하라니요
학원비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사정을 봐주시고 천천히 내도 된다며 계속 다닐수있게 해주셨구요
등록비만큼은 급한 상황이 되었으니 아빠께 불이 나게 전화하면 항상 마지막은 "처가에 연락해 돈빌려라"였습니다
외가댁이 엄청 잘사는게 아니에요 그냥 촌에서 농사 지으시고 건강도 안 좋으셔서 두분이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계십니다 오늘 안 사실이지만 아빠 직장과 집 마련 때문에 이미 돈을 빌린적이 있었지만 갚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본인이 언제 그랬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신다고 엄마께 들었습니다 아빠 직장 돈 관리도 엄마는 손도 못대게 하신다더라구요 굳이 여직원을 시켜가면서 말이죠 그래서 엄마도 저도 아빠의 총 수입을 모릅니다 그저 아빠께서 불규칙적으로 보내주시는 월 180만원으로 한달을 버티는거죠 제가 초등학생때부터 학원 가고싶어한게 많았지만 항상 제약이있었고 지금도 영어 수학2개 학습지해서 총 4개 다니고 있습니다 얼마전 과학도 필요해서 다녔지만 처음 등록비 20만원을 제 돈으로 내고 시간과 돈이 안돼서 끊었습니다 제 학원비로 총 70만원정도 쓰이고 그외 학용품비 교통비 급식비 관리비 등등을 내고 나면 당연히 남는 돈이 없어요 통장잔고가 정말 없더군요
9년동안 학교 생활 해오면서 교육비 지원 매년 하지만 항상 지원 못받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동생이 학원 하나도 안 다니고 있는데 이 상황이라는게 너무 허탈했습니다
지원 못받는것도 아빠 때문이더라구요 본인 소유 차만 5대 정도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빠가 좋아해서 갖고 있는 차들이구요 그런데도 엄마께는 운전 아예 못하게 하시고 차도 안 주셔서 교통비만 열심히 나가고 있죠 전체적으로 재산이 많으니까 어떻게 지원 받을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 집도 20년 동안 이사한번 공사한번 하지않아 노후가 심합니다 좁아서 동생방도 없구요 제 책상을 빌려줍니다
아빠께서도 세금 과태료 차 유지비 밀려서 이자 많이 붙고 재산 압수까지 되었던데 아무런 대책이 없으십니다
오늘 제 등록금때문에 입학취소란 말을 들으셨는데도 별 상관 없으시다며 알아서 해결해라 라는 말 밖에 안하셨죠 정말 슬펐습니다 그래도 자식인데 고등학교 진학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었는데 돈 앞에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오시다니요 생활비가 부족하다 하면 항상 식비를 줄여라 하시는데 억울함뿐입니다 외식은 정말 손에 꼽히구요 거의 모든 음식을 엄마께서 만들어주십니다 덕분에 엄마는 건강이 많이 안좋으십니다 겨울에 입고 잘 옷이 없어서 여름옷 꺼내 입으시고 자식들에게는 패딩 숨 죽을때마다 사주시는데 엄마는 야상점퍼 하나로 3년 넘게 입으십니다
어릴때 얘기하면 더 심하더군요 반찬거리 사고 남은 잔돈 10원까지 알뜰히 모아 1주일에 한번 겨우 저랑 1000원치 붕어빵을 먹을수있었다고 그것조차 못 사먹은 적이 많다고
이런 옛날 얘기를 끝으로 저는 제 적금통장을 깨자고 하였습니다 엄마 적금은 깬 적이 너무 많아 보험도 없으신데 그냥 아직은 청소년인 혜택을 조금이나마 더 받을 수 있는 제가 나서기로 했습니다 (제 돈도 아빠께서 쓰셔서 줄어든 금액이라 하시더라구요) 우리 집이 정말 돈이 없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울어버렸습니다 제가 우는 순간에도 엄마께서는 본인 때문이냐며 미안하다 하시는 바람에 서럽게 울었던거 같습니다 제 적금에는 190만원이 있었습니다 이걸로 엄마 카드 값도 조금 이체되고 제 등록금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엄마께서는 자꾸 자식 돈을 쓰게됐다며 우셨지만 (세뱃돈 한 푼도 가져가지 않으시고 항상 저희 통장에 꼭 넣어주셨습니다) 초등학교때 엄마께서 제게 이 돈은 나중에 대학 등록금이라던가 하고 싶은거 있음 쓰라하셨기에 대학은 학자금 대출이 있지 않느냐 그때가서 생각하고 지금 낸거도 등록금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카드값도 갚아야 카드 정지 안 먹으니까 그래야 밥 먹을수있으니까 내가 먹고 싶은거 먹으려고 낸거다 하며 농담으로 넘겼죠 정말 돈이란게 어마무시한거더라구요 바로 어제 제 돈으로 엄마랑 미용실 갔다 왔는데 잘한거 같아요! 그렇게라도 기분전환이 있어 다행이었네요
아까 3시쯤에 있었던 일인데 자정이 다 되어가서야 여기에 글로 털어놓으면서 마음이 조금 진정된거같아요
엄청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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