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저는 올해 스물 두살, 자퇴를하고 1년을 쉬다가 올해 다시 수능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 싫은 소리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남들 다 멀쩡히 다니는거 왜 너만 못하냐.', '친구들 다 사회나가고 그러는데 너만 뒤쳐질거냐.', '부모님 친구 자식들은 벌써 다들 돈벌어 호강시켜준다는데 넌 언제 그럴거냐.', '동생들도 이제 대학준비하고있는데 같이 하는거 안부끄럽냐.' 이거 말고도 더 많이 들었지만 다 쓰기도 벅차네요.
이번주 부터 부랴부랴 독서실을 등록하기까진 했지만 아침 열한시에 겨우 일어나 씻고 밥을 먹으면 한시간짜리 알바를 가면 두시에서야 독서실을 갑니다. 그제서야 가선 여섯시를 조금 도달하지 못하고 매번 그 언저리에 집을 와버립니다. 사실 가서도 집중하지 못해 멍하니 앉아있거나 휴대폰을 보는것도 많습니다. 그렇게 부시럭대기만 하다가 집에 와서 정리 30분정도 하다 밥을 먹으면 그상태로 이젠 헤이해져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매번 이런 나태한 스케쥴로 엄마와 싸우게됩니다. 엄마는 아침일찍 갔다가 10시 즈음에나 오기를 바라는데 전 그게 너무 힘들거든요. 말을 해도 공부를 하려면 확실히 해야지 하는척만 해선 쓸모없다고 독서실 끊은게 아깝지 않냐며 당장 환불하라고 잔소리만 듣습니다.
매번 듣는 잔소리에 이젠 듣지도 않는 척 하지만 사실 너무 지칩니다. 대학교에서도 정말 맞지 않는 커리큘럼에 당시 기숙사에 살았었는데 일주일 내내 수업을 전부 빼고 기숙사에서 밥 때를 제외하곤 나가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도망치듯 자퇴를 해버리고 작년을 통째로 날리듯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정작 내가 쉬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쉬어봐서 노는데 버릇이 들여 계속 놀고싶은건지 더 쉬고싶고 몸은 머리를 안따라줍니다. 맨날 머리로는 하기싫어도 못해도 이젠 해야만 한다고 학대식으로까지 생각하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 결국 이불속에 웅크리고 맙니다. 매일 밤이 괴롭고 우울하고 내일 아침 일어나고싶지 않다는 생각만 듭니다. 너무 지쳐 당장이라도 깊은 잠을 자고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 오늘을 살기밖에 더 하지 못합니다.
이런 저를 보살피면서 무언갈 해보고싶지만 뭘 해야할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매번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만 해서 저에게도 싫은소리만 하다가 결국 제가 저로부터 완전히 뒤돌아버린 기분이 듭니다. 가까운 나 이지만 제일 먼 사이가 되버렸다는게 이런거일까요. 그런거에 상실감도 느껴집니다.
매일 억지로 앉아 네시간을 겨우 수학이나 영어문제를 풉니다. 물론 하고싶은것도 좋아하는것도 없습니다. 남들 사소하게 음악 듣는거나 영화를 좋아한다는 취미도 없습니다. 그냥 매일이 죽고싶지만 용기가 없어 죽기전에 조금이라도 버틸거리를 찾아서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다시 새로운걸 배우면 즐겁지 않을까 싶어 대학진학을 생각했지만 가고싶은것이 없고 1년을 쉰 탓에 성적도 나와주지 않으니 힘겨운 싸움일 뿐입니다.
저는 여기서 뭘 더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죽는것만 기도하고 있어야 할까요?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한가운데에 떨어진 기분밖에 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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