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애초에 없었던 사람이었으면 한다. 요즘은 매일 죽고 싶단 생각을 한다. 죽을 자신은 없어서 그냥 애초에 없었던 사람이었으면 한다.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영어는 100점이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나는 점수가 두려워서 채점조차 못했지만, 100점이 아니고 몇문제 틀렸다는 걸 안다. 100점까지가 2등급이고, 나는 4등급 정도 될 것 같다. 이러다 5등급 나오면 진짜 죽고 싶을 것 같다. 기말고사 때 아무리 잘 봐도 등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내가 제일 잘하던 국어도, 100점이 많다고 했다. 난 100점이 아닌 걸 안다. 옛날엔 국어 공부가 즐거웠는데 이젠 그냥 두렵기만 하다.
수학은 아는 걸 실수해서 틀렸다. 더 괴롭다. 몰라서 틀린 것보다 억울하다.
즐겁던 하루도 한순간에 우울해진다. 성적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우울한 감정으로 가득 찬다. 얘기를 털어 놓을 사람이 없어서 더 슬프다. 바쁜 엄마, 아빠, 언니에게 내 우울함을 알려주면서 짐을 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서 괴롭다.
모든 원인은 내가 부족해서다. 내가 잘했으면 애초에 없었을 일이고 내가 부족해서 내가 힘들다. 난 원래 잘했는데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고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고 자존감은 낮아지고 애초에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성적이 올랐다는 소리에 나는 또 그냥 죽고 싶다.
가족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짐만 될까봐 두렵다.
언니도 잘 해쳐나갔고, 남들도 다 잘 해나가는데 나만 뒤쳐지고 있는 것 같아서 죽고 싶다.
죽을 용기는 없지만 하루에도 수십번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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