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머리 믿고, 그저 모의고시 몇개 안틀리는 게 좋아서 재미로 정시 공부를 했었다. 수시 중심으로 보내는 학교였기에 꼴에 스펙을 쌓겠다고 책도 많이 읽었고 나가기 싫은 대회도 나갔다. 반에서 80프로가 붙는 수시인데, 6개나 쓰는 수시인데 수능을 보고나니 5개나 떨어져있었고, 나머지 1개는 입시정보가 없어서 지나치게 하향을 했기에 면접에 가지 않았다. 당연히 인서울, 혹은 스카이를 갈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은 빗나갔다. 그래도 학교는 재밌었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서 반년을 다니고 학원에 들어갔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학원에 가고, 하루의 유일한 일탈은 식사시간과 합쳐봐야 한 시간도 안되는 웹서핑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너무 잘됐다. 원래 당연히 갈거라고 생각했던 대학의 학과보다 더 좋은 곳을 갈 수 있었다. 대학을 골라서 들어가는 기분이란 참 새로웠다. 이전 대학은 반수를 목적으로 친구를 깊게 사귀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지만, 처음 사귄 대학친구들은 똑똑하고 개방적이었다. 한 살 어린 친구들과 같이 대학을 다니는데도 내가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서로서로를 존중해줬다. 그렇게 1학년을 즐겁게 보냈는데, 2학년은 뭔가 힘들다. 이제는 막내가 아니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나가야하는데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어린 동기들은 인턴과 대외활동을 밥먹듯 하는데, 나는 침대 밖으로 나가는 것도 너무 힘들다. 수업을 자주 째고 끊임없이 자괴에 빠진다. 무언가를 해내려면 반수할 때만큼의 노력, 아니 더 큰 노력을 해야겠지 싶어서 생각만으로 숨이 막힌다. 취미도 관심사도 없다. 1년 사이 알게 모르게 받은 인간 관계 사이의 상처가 너무 따갑게 느껴진다. 부모님은 졸업장이 무기라고 하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은 졸업을 준비하고 초등학교 친구들은 진작 취업을 했다. 나같이 한심한 사람이 학교 이름갖고 세상의 등을 처먹는 것도 싫고,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만이 드는 것도 싫다. 끊임없는 굴레에 빠져든다. 그래도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힘들게 버틴게 벌써 6달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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