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이번 시험을 망친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망쳤는지, 얼마나 심각한 성적이 나올지 대충 예상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예상하는 것과 실제로 다가오는 건 역시 다르네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압니다.
제가 얼마나 노력하지 않았고 안일했고 자만했었는지도 잘 압니다.
중간고사의 실패를 똑같이 되풀이해서 돌아온 결과는 오히려 중간고사보다 참혹했습니다.
내 잘못인데, 내가 잘했으면 됐는데.
생각할 수록 분하고 서러운 마음은 끓고만 있습니다.
첫째 딸. 그것도 똑똑한 딸로 태어났습니다.
다재다능하다는 평을 늘 받았고 항상 우등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는 당연히 점점 높아졌죠.
8살 차이나는 남동생은 공부에는 영 흥미가 없어보이니, 너만 믿겠다는.
무언의 압박이 항상 절 잡고있었습니다.
그 압박이 제겐 원동력이었고, 그것이 어느덧 절 수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공부를 좋아했고 재미있는 놀이처럼 여겼었지만.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공부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닌 '의무'와 '사명'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머리가 커질수록 반항심도 커졌습니다.
작은 반항을 조금씩 시작하면서 공부에 소홀해졌습니다.
더이상의 의무감이나 사명감 따윈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공부에 소홀하면서도 성적은 늘 잘 나왔기에,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힘이 드네요.
늘 저를 믿어주고 대신 고생하시면서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께 죄스럽습니다.
수치스럽습니다.
큰 사고라도 당해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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