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너와의 이별에 있어서 일단 내가 이 상황을 인지하는 게 가장 먼저였어. 갑작스러운 너의 잠적에 난 차분히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었지. 하지만 당시의 나는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며 이미 사라진 너를 붙잡고 있었어.
그렇기에 이별의 두 번째 단계는 조금 늦게 찾아왔어.
너의 바뀐 프로필 사진이 나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며 정신 차리라고 비아냥 거리는 듯했지. 난 그때야 혼자 늦은 이별을 맞이해야 했고 내 안의 온갖 감정들은 엄청나게 뒤섞인 채 나를 집어 삼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어. 그때 나는 모든 상황과 내 감정에 직면해야 했기에 몸에는 병이 났고 그 덕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별의 상처들을 몸살이라고 둘러대며 숨겨낼 수 있었어.
그 다음에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내 몸을 혹사해 가며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찾아서 해냈고 너를 잊기 위해 모든 힘을 쥐어 짰지. 그때의 나는 아직 마음도 몸도 다 났지 않은 상태여서 내 감정은 슬픔에서 분노로 변해있는 상태였어. 그 화는 복수심으로 가득찼고 너에게 정 따윈 남지 않고 미움만이 가득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지. 이때도 나는 내 자신에게 까지 조차 솔직하지 못했던거야.
그러다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의 계속된 무리에 의해 다시 병이 도졌어. A형 독감. 일어서지도 눕지도 잠을 잘수도 없는 상태에 감정까지 격해져 있었고, 앓는 동안 정말 펑펑 울었어. 나는 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하여 혼자만의 감정싸움을 끝내야 했고 그렇기에 내 진심에 직면해야 했어. 나는 그때서야 나 자신을 알게된거지. 나는 감성보다 이성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감성적이었고, 공과 사를 잘 구별해 낼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에 휩싸여 끌려다니는 어린 아이였어. 그리고 그 다음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한달 정도 멀리 떠나 이 곳 저 곳 돌***녔어.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내 마음은 서서히 평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다시 내 삶에만 내 모든 생각과 감정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지.
이렇게 내 이별은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다시 너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 이게 두 번째 위기인 거지.
넌 이제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왠지 전과는 달라진 너를 보며 동정심이 들기 시작했고 너를 만나러 갔었지. 나는 너가 아닌 나를 믿었어. 너에겐 이제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도 소비하지고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믿었지만 그건 내가 한 실수 중 최악이었어. 사람간에 쌓은 정이 제일 무섭다는 걸 그때 알았어. 오랜만에 만난 너는 전혀 불쌍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새로운 여자가 있었어. 그리고 나에겐 관계를 요구했지. 그 때 다시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고 그 화는 금방 복수심으로 변하게 되었지.
있잖아 그래서 나 최근까지 그 감정들을 수습하느라 힘들었어. 덕분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나만 이렇게 힘든 건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 사실 모든 사람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이제 내가 다시 이렇게 조건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해. 이번 일은 그냥 내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할게. 그냥 다신 연락하지 말고 만나지도 말자.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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