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네 제 취업길이 정해졌어요. 부모님은 너는 정말 운이 좋은 아이라고 했어요. 엄마는 내가 너를 임신했을 때 좋은 운들이 많이 따랐다고 하는데 그 운이 앞으로 널 더 따를거고, 그 운을 잘 잡으라고 했어요.
저도 알아요 요새 취업자리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구하기 힘든데 이렇게 기회가 왔다는 건 정말 좋다는 걸요. 제가 가게될 회사는 준공무원 정도라고 하고, 제가 사표를 내거나, 회사에 깽판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잘릴 일은 없다는 평생직장 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은퇴는 하려나? 잘 모르겠네요. 정시퇴근 되고, 주5일근무, 휴가도 넉넉하게 주는 곳이라고 들었기도 했고요.
근데 재밌는 거는 저는 낙하산이에요. 원래 낙하산 같은 그런 편법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사람 집어넣는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 주인공이 되어버렸네요. 아빠의 친구분이 그 회사에 회장이어서, 가까운 지인을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제 얘기가 나왔고 회사를 가자라는 얘기도 나왔어요. 제가 없는 자리에서요.
당황스러웠어요. 집에서는 요새 sky, 명문대, 해외유학 갔다온 애들도 취직이 안된다고 해서 공무원 준비하고, 대기업 준비한다고, 그리고 대기업 가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일 내에 퇴사하는지 아냐고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네 저도 현실 알고 이거 배부른 소리인 거 알아요. 근데 양심에 너무 찔려요. 낙하산 인사로 실력대신 인맥으로 들어가는 것이 싫었는데 내가 그걸 겪게되다니. 다들 당장 하라고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그리고 저는 고졸인지라, 수능 준비를 하고 있던지라 갑자기 회사 들어가라는게 당황스러웠어요. 나도 대학생활 즐겨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내가 낙하산이고, 고졸이고, 심지어 저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상황인데 사람들이 저를 보고 회장님 인맥빨로 들어온 능력없는 애라고 할까봐 두려워요. 낙하산으로 들어간게 끝은 아닌건 알지만, 회사도 적응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게 만만치 않다는 건 알지만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거죠.
사실 원래 하고 싶었던 거는 프로파일러 였지만 최근엔 미래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나노관련이나 바이오,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구글 같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구글 보니까 별의 별 희한한 거 다 하고 있었고, 참여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영주권도 얻고 싶었고요.
근데... 제가 회사를 다니게 되면 학교는 다닐 수 있는건가? 학위인정도 아직까지 학벌주의가 남아있어서 최대한 내 성적에서 좋은학교를 가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을 벌게되면 더 나이가 드니 대학 가게 되면 늦은건가라는 걱정도 들고요.. 그러면 나는 영주권을 얻지 못하고 그냥 한국에서 사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래 꿈은 꿈이지, 니가 다국적 대기업은 무슨.. 지금 가는 곳만으로도 큰절하면서 다녀야 할 곳이고, 해외라고 해서 유토피아는 아니라는 거 너 알잖아. 그냥 안정적으로 이 회사 다니면서 먹고사는 걸 감지덕지 여겨야 해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냥 많이 혼란스러워요. 배부른 고민일지 모르겠지만, 양심에도 찔리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꿈은 개뿔 현실에 맞춰 살아야 하는거 너도 알잖아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부모님은 내가 대학도 명문대를 다니고 있었어도 이 회사를 가라고 막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어보니 당연히 그때도 가라고 했어!라는 말을 했을 거라고는 하는데...잘 모르겠어요.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