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피아노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요. 사실 시간보다는 제가 더 문제에요. 수전증이 있거든요.
피아노 쪽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콩쿨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준비 과정에서 피아노 선생님께 폭언을 들었고 저처럼 피아노 쪽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다가 그만두어야 했던 친구에게 괴롭힘을 조금 심하게 당했어요. 하루는 정말 심하게 맞고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손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정말 안간힘을 썼는데 손이 떨리기만 했어요. *** 것처럼요. 그 이후로 피아노를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손이 떨리는데, 몸이 굳는데 어떻게 피아노를 쳐요. 그렇게 꿈을 포기해야만 했어요. 저는 아직도 그 두 사람을 용서하지 못해요.
이번 년도 2학기에 들어서 학교 음악 시간에 음악부장을 뽑았어요. 저는 아직 고등학생 이거든요. 1학기 때 음악을 배웠던 친구에게 들어서 음악부장을 피아노 배틀같은 형식으로 뽑는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해 갔는데, 쉬는 시간에 미리 쳐보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또 안 움직였어요. 혼자 칠 때는 괜찮았는데 말이죠.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보이고는 피아노에서 일어나야 했어요. 수업 시간이 시작되고 저는 후보 지원조차 하지 못했고, 저보다 훨씬 실력이 낮은 아이가 음악부장이 되었어요. 그 애가 친 곡을 저는 이미 몇 년 전에 끝냈었는데, 그랬는데도 말이에요. 하긴 그 아이가 저보다 실력이 훨씬 나은 게 맞겠죠? 저는 첫 음조차 누를 수 없었으니까요.
쓰다보니 저도 제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어요. 너무 두서없이 그동안 하고팠던 말을 다 한 거 같아요. 여태 단 한 명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말이라서요. 다들 제가 피아노에 싫증이 난 줄 알았겠죠.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시 연습해도 제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요? 그냥 또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서워서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아요. 현실적으로 제게 조언해주실 수 있나요? 쓴 소리도 좋고 정신 차리라는 짧은 말도 좋아요.
+)현실적인 조언에 어떻게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몇 가지 정보를 적어놓아 볼게요. 성적은 그래도 나름 괜찮은 편이에요. 국어와 영어, 사회는 모의고사 1등급, 수학은 2등급이에요. 문과입니다. 수전증 관련한 치료는 처음 3달 동안 받았어요. 아는 분께 건너 건너 소개 받은 분이었고 감사하게도 치료비는 받지 않으셨지만 제가 이런 얘기를 도통 하려고 들지 않아서 결국 포기하셨습니다. 확실히 익명이란 게 묘한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 봐요. 사람보다 앱에 먼저 털어놓게 될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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