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의부증이 생긴 거 같아요.
살면서 남자 사귀는 동안 단 한 번도 여자 문제로 의심 같은 거 해본 일이 없어요.
근데 현재 남편을 사귀면서 처음으로 여자 문제라는 걸 겪어보게 됐습니다.
전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카톡한 것을 발견 한 건데요.
딱 봐도 여자 쪽에서는 그냥 도움 되는 남자고 사귀는 동안 받은 게 많았던 터라 뭐 또 있을까 싶어 받아주는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하여튼 그 카톡을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졌고 (그 때 당시)남친은 별 거 아니다 정말 미안하다 빌었고요.
그런 일이 처음이기도 하고 내 남자는 나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평생 갖고 살아온터라 다음에 혹시라도 또 연락이 오거든 반드시 여자친구 있는 걸 밝히고 연락 안 했음 좋겠다 약속을 받고 제가 몰래 그 여자를 차단 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어요.
그 뒤로 한 두달 뒤에 또 다시 카톡을 발견 했고 세상 무너지는 기분에 남친한테 물으니 해명도 없이 별 것도 아닌 걸로 난리 친다고 피곤하다며 그렇게 헤어질 뻔 했었습니다.
실제로 남친이 일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굉장히 힘든 시기였던 터라 그 때는 제가 너무 사랑하기도 했고 유야 무야 그렇게 넘어갔네요.
결국 이 일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못 받은 채로 결혼까지 했는데 얼마전 얘기 도중 이 얘기가 나왔고 떠보듯이 "어떻게 나 사귀면서 전 여친한테 마음을 줄 수 있냐"고 물으니 그 때서야 지나가듯 그땐 내가 정말 미안했다 인정 하더군요.
큰 충격을 받고 서러움에 쪼그리고 울고 불고 청승을 떨었습니다. 그 때랑은 다르다며 이제는 나 밖에 없다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달래주는 모습에 과거부터 있던 응어리까지 싹 녹는 기분이었어요.
실제로 결혼 전에는 제가 남편을 너무 좋아해서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남편을 잡았고 결혼 초기까지도 그랬었어요. 그러다 결혼 하고 지금은 저 밖에 모르는 (듯 보이는) 남편이 됐고요.
하여튼 문제는 그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뒤 부터 그냥 모든게 다 의심스럽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남편 통장 내역을 보다가 소고기 집에서 18만원 상당의 금액이 빠져나간 것을 보고는 혼자 우스갯 소리로 '이거 여자랑 먹은 거 아냐? ㅋㅋㅋ' 라고 생각 했고요.
근데 그 생각에 한 번 꽂히니까 괜히 점점 생각이 깊어져 이거 나 모르게 정말 다른 여자 생긴 건 아닐까? 신경이 좀 쓰입니다.
실제로 그 소고기 먹을 때 저랑 통화를 했고 일 때문에 누구 만나서 밥 먹는 중이라고 얘기도 했고요.
아직은 스스로 괴로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닌데 불안감이 슬그머니 올라오는게 아무래도 의부증 초기 증상이 아닌가 싶어요.
이걸 어떻게 바로 잡으면 좋을까요...
방법이 있나요...
지금 어떤 상태냐면 차라리 내 눈에 띄어라, 헤어지기라도 하게... 이런 심정입니다.
남편은 이제 제게 지극정성으로 바뀌고 있는데 솔직히 저는 이제 지친 것 같아요.
그 동안 나 혼자 최선을 다 해온 시간들이 이제와서 남편이 바뀐들 좋긴 합니다만 큰 미련은 안 생기는? 그런 느낌이요.
아니아니.. 미련이 안 생기는게 아니라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두려워 차라리 상처 받고 깨끗하게 끝낼 빌미가 돼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해요.
나도 모르겠네요.....
가만히 있는 남편을 보면서 점점 혼자 비참하고 속상하고 아픈 마음이 더 깊어질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방금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이 글까지 작성하다 보니 너무 불안하고 두렵고 남편이 미워져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이 밤낮으로 일을 해요)
짜증낸건 아니고 평소대로 애교있게 말 걸고 했는데 피곤하고 힘들텐데 예쁘게 사랑스럽게 통화 해주는 남편 목소리 듣다가 남편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내 스스로 너무 미쳐가는 것 같고 가엾기도 해서 눈물이 날 뻔 했네요.
남편이 죽어도 안 된다는 걸 오랜 설득 끝에 얼마 전부터는 일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일이 좀 익숙해지고 사회 생활이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요...
상처라는게 한 번 생기고 나면 받은 사람도 준 사람도 정말 힘든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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