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직전에 마인드 카페에 글쓴 게 마지막이었는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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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종강 직전에 마인드 카페에 글쓴 게 마지막이었는데, 개강하고 나서야 오랜만에 접속했습니다. 물론 이전에 쓴 글은 부끄러운 마음에 뒤늦게 삭제했지만요 ㅎㅎ 이번주 월요일에 개강을 했습니다. 약 70일만에 돌아간 학교였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었어요. 캠퍼스 안에 살고있는 고양이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아침이면 메신저와 SNS 알림으로 울리는 내 핸드폰도 여전했어요. 딱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학교 어디에도 당신이 없었다는 거에요. 당신은 참 인기가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그 누구도 당신의 소식을 모른다니, 이상한 일이죠. 이번 학기에는 똑같은 수업이 없었던 걸까요?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휴학이라도 한걸까요? 잘 지내냐며 슬쩍 안부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당신은 카카오톡도, 페이스북도 모두 없애버렸네요. 내 연락처에는 당신의 전화번호가 남아있지만, 정작 나에게는 당신에게 연락 할 용기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별로 궁금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꽤 열심히 살았습니다. 오전에는 고등학생 과외를 하고, 오후에는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습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서 재밌는 일도 많이 생겼습니다.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전공과 관련된 강의를 들으러 서울에 가기도 하고, 혼자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견뎌낸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름을 앞둔 그 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 처럼요. 하지만 당신이 이 사실을 영원히 모를 수도 있다는 건 좀 아쉽습니다. 나는 정말 많이 노력했거든요. 캠퍼스에서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합니다. 당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하고요. '연애'라는 태그 대신 '대인관계'라는 태그를 달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특별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건 나도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나처럼 당신도 아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때였지만 우리는 정말 가까운 사이였으니까요. 당신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를 외롭게 만듭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목표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을 앞두고 있는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당신에게도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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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y8
· 7년 전
본인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당신은 분명 자존감이 높은 멋진 사람일거에요 당신이 그리워하는 그 사람도 그렇게 느꼈으리라 생각되요 글에서 묻어나오는 당신의 진심이 느껴지니까요 근데 딱 한 가지, 연락할 용기를 내본다면 더 멋질 것 같아요 나는 당신이 멋진 사람이라는걸 알았는데 마카님 문투로 보아 그녀로 추정되는 그 사람은 마카님이 표현하지 않으면 당신의 진심을 알기 어려울테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 도 있을테니까요 용기를 내봐요 멋진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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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vely8 안녕하세요! 갑자기 생각나서 오랜만에 접속했는데, 댓글이 달렸을 줄은...! 저 마저도 잊고있던 제 글에 따뜻한 말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 '멋진 사람'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마카님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작은 용기를 얻었어요. 댓글을 읽으며 마카님 또한 멋지고 다정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락은....ㅎㅎ 저는 대체 뭘 걱정하고 있기에 안부인사 한번 전하지 못하는걸까요? 어쩌면 저는 제 진심을 보여주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일지도 모르고, 완벽해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은 시간에 제 알림때문에 잠에서 깨실까봐 걱정이네요. 마카님의 다정한 관심에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p.s. 여담이지만 저의 글의 '당신'은 오빠였답니다 꺄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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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y8
· 7년 전
그러셨군요ㅎㅎ 제가 작은 용기를 드렸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해요 걱정과 불안은 조심성에서 나오는 심리라고 해요 추석인사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해보는건 어때요? 저도 여자인데 저 또한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사귀는 사이인데도 연락하고 싶을때마다 다 연락하지 못했어요 참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내 마음가는 대로 하는거 근데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스스로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막상 연락하고 나면 내 마음이 편해지는데 말이죠ㅜ 마카님의 배려심에 미소짓고 갑니다 어떤 결정을 하시든 응원할게요 그리고 마카님의 내일을 응원할게요! 마카님도 즐거운 추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