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에 물이 끓는 동안 책을 읽다가 포트 전원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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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포트에 물이 끓는 동안 책을 읽다가 포트 전원이 내려가면 철망에 잎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또 다시 잠시. 이 기다리는 시간도 나쁘진 않아 책이나 영화가 볼 게 없으면 그냥 생각을 하는 것도 괜찮지 판타지 소설같은 상상부터 과학의 전제를 반박해 보거나 선악의 정의에 대한 생각 같은 거. 재밌어ㅎㅎ 내 입은 그리 고급스럽거나 민감하질 않아서. 차를 우리는 시간은 수십초에서 5분여까지 내키는 대로, 가끔 잊어버리면 한시간이고 놔뒀다가 따뜻한 물에 섞어 마시기도 해 그래 내가 좋아하는 건 단지 이런 거야 그냥 조용한 쳇바퀴. 딱히 넓을 필요도 없이 나름 조금 꾸며 놓은 작은 방 한 칸에서 소설을 보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창 밖에서 흥미로운 소리가 들리면 고양이들과 잠시 밖을 구경하다가 고즈넉한 새벽에 시간을 보낸 후에 동은 트지 않았지만 새들은 깨어날 시간쯤 잠이 들고 아직까지 아침이라 할 수는 있어도 점심에 더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서 저녁을 지나 밤이라 해야 할 시간까지 단순하고 멍때릴 수 있는 일을 하다가 집에 오는 길에 한시간쯤 하늘을 보며 이리저리 흘러 걸어다니는 것도 좋아. 집에 와선 다시 차를 끓이고 책을 보고. 결혼할 생각도 없고 내세울만한 직장도 굳이 있어야 할까?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는 것도 몇 달에 한 번. 연애는 생각도 없고, 메이커나 외제차는 왜 사는 지도 모르겠어. 그런 인간이라, 휴학하고 혼자 알바하며 타지에서 살아보니 난 한 달에 백이십만원이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저축까지 하고 널널하게 살더라 그렇게 살아보니까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 항상 시달리던 두통도 없고 허리며 목이 끊어질 것 같지도 않고 매일 어지럽거나 손이 덜덜 떨리지도 않고 건널 때마다 걸음을 멈출까? 죽으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던 횡단보도도 그냥 멍때리며 건너. 난 꽤 좋은 대학의 꽤 좋은 학과에 다니고 있어. 내년에 복학하면 4학년이고 졸업 후 몇 가지 허들만 통과하면 돈과 명예와 시간과 안전성까지 갖춘 직업을 얻을 수 있지. 그런데 난 이대로 살고 싶어 졸업도 굳이 해야 할까 싶어 그 직업에 흥미도 없는데 그 허들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사실 넘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질 않네.. 날 보기만 하면 졸업부터 해야지, 그 좋은데 잘 다니다가 왜 그러고 있어? 지금은 무기력해도 너라면 곧 나아질 거야. 다른 사람들도, 네가 내 동생/자식 이었으면 멱살잡고 졸업부터 시켰을 거래. 정말 궁금한건. 난 대학와선 너무 무기력해져서 과제도 안하고 지각은 예사에 출석도 한계까지 빠지고 시험은 당일치기공부로 땡치고 스터디그룹 참여도 안하는데. 왜 부모님부터 교수님까지 다들 날 모범생으로 보는 걸까 난 그냥 다 귀찮은데 그런 거 필요 없는데.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 초중고12년을 일탈 한 번 없이 모범생으로 살았으면 됐잖아. 나 하나 열심히 안 산다고 지구가 멸*** 만큼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내게 뭘 바라는 거야.. 무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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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nok
· 7년 전
떠나요 제주도 모든거 훌훌버리고, 해외에서 좋아하시는 일을 해보는건 어때요^^? 외롭겠지만 기대로부터 떨어지고 똑똑하신거 같으니 잘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