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힘들면 옆에 있는 내 사람한테 짜증들 내시나요?
뭐 조금만 삐끗, 맘에 안 들면 미간 찌푸려 지고, 언성 높아져요.
근데 나한테 화 내는 건 아니라네요.
전 콜센터에서 근무 하거든요.
저한테 욕 퍼붓던 고객이 뭔가 일이 원하는 바대로 풀어지기 시작하면 아가씨한테 욕 한 건 아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요, 그들과 똑같은 소릴 하네요.
온갖 상스런 소리를 듣고, 괜한 상사의 짜증에 하루 종일 고된 업무에 허우적 대도 내 남편 목소리 듣고 손 잡으면 저는 그게 위로가 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힘들면 그냥 제가 짜증스러운가봐요.
나보다 훨씬 힘들고 고된 사람이니까, 가장이라는 이름을 등에 지고 상상 할 수 없는 무게로 우리 가족을 이끌려니까, 감히 내 스트레스 따위는 투정 한 번 못 부리고 혼자 삭히며 '그럴 수 있지, 오죽하면 저럴까...' 생각하곤 했는데 이젠 조금씩 불편하고 싫으네요.
네. 명확하게 싫어요.
그가 힘들어하면 안쓰럽고 위로해줘야 하는데 언제 그 불똥이 내게 튈까 경직 되고 눈치 보다가 싫어져요.
대체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전가해서 어떤 위안을 얻는 거지요? 그게 정말 위안이 되긴 하는 걸까요?
일이 안 풀리는 그를 사랑하고, 돈 없어 쩔쩔 매는 그를 사랑하고, 살면서 뭐 하나 제대로 받아본 적 없어도 만족 하며 그냥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해왔는데 남편은 기분이 편안 할 때만 사랑이란게 가능한 모양이에요.
평소 같음 미안 하다고 할 때마다 '이해해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라고 대꾸 하고 다독여주었는데 이젠 미안하다는 소리 자체가 듣기가 지치네요.
후...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당신이 적은 댓글 하나가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댓글을 한 번 남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