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엄마, 나 사실 의사 같은 것 되고 싶지 않아.
점수가 높으면 저절로 지원하게 될거라고? 그건 맞아.
의예과 들어갈 점수 맞고 취업 안되는 학과 들어가서 고생한다는 주변의 평판이 좀 무섭긴 하거든. 멍청하다고, 무식하다고, 그런 얘기나 할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사실 노래를 부르고 싶어. 노래 부르는 것 진짜 좋아해.
익명으로 영상을 올렸을 때 좋아해주는 나의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더 노력하고 싶어. 사람들이 내 목소리가 예쁘대. 그런 칭찬 처음 들어봤어. 하지만 엄마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 사실도 모르니까,
무서워서 그랬어. 안정적인 것을 제일 좋아하는 엄마가 그런 것들은 여유가 생길 때 하는거라고 그랬잖아. 고등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공부하는 시간도 아까운데 무슨 공연동아리냐고 보컬동아리 지원도 그렇게 싫어해서 결국 지원도 못했잖아. 지금 생각하면 진짜 후회 돼. 한번밖에 없는 고등학교 생활,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 해볼걸. 진짜 너무 후회 돼. 그래서 학교 축제 날마다 내가 기분이 그렇게 우울했나봐.
엄마,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씩 학원에서 성적이 잘 안나온다는 이유로 밥먹다가도 혼자 흥분해서 내게 화 아닌 화를 내는 엄마를 보면 너무 무서워. 내가 '못해서' 그런 걸수도 있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고 항상 노력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엄마가 무서워. 내가 능력이 없으면 혐오스럽게 쳐다볼 것 같아 무서워. 엄마는 내 능력을 믿고 있는 건지, 나를 믿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엄마는 나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족한 사람이야. 상담사 선생님이 나보고 인정받으려고 공부하지 말라던데, 어떡하라는거지. 이제 나도 모르겠어.
내가 엄마한테 부끄럽지 않은 딸이었음 좋겠는데, 도대체 그렇게 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나는 엄마를 매우 사랑하지만, 때로 엄마가 나의 전폭적인 지원자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어. 나는 무섭단 말야. 아직 내 선택이 뭘 좌우할지도 모르니까, 새로운 길을 생각해보는 것도 잘못되어버릴까 무서워 죽겠는데. 엄마가 큰일난다는 식으로 다그치면, 진짜 어떻게 내 인생을 만들어가야 좋은지도 잘 모르겠어. 비교는 정말 나쁜거지만, 이런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가끔씩 내 친구들이 부러워.
내가 내 미래에 흥미가 없어보이는 건,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외면해서 안보이는거야. 나를 미래 따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철없는 애 마냥 구박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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