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나는 지금까지 진짜 열심히 살아왔어. 성적이 잘 나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업시간에 한번도 자본 적 없고 외워서 수행평가 보는거나 수업중 한 프린트검사 수행평가, 노트검사 수행평가, 단어시험 같은건 한번도 빼놓지 않고 다 해서 만점도 많이 받았어. 학교에서는 항상 웃고 그래서 선생님들한테 수업태도 좋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어. 그게 기뻤고 행복했어. 근데 최근에 우울증이 왔어.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사정도 있고 내 마음도 있겠지. 근데 우울증 생기고 나니까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 수업도 듣기 싫고 수행평가나 시험 같은것들도 '내가 저걸 해서 뭔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 그러다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갔어. 그래서 수면제 자살도 찾아보고 투신자살도 생각해보고 그랬어. 그러다 자해 하려고 했는데 꼴에 두려움은 있어가지고 못 긋겠더라. 피 흐를 정도로 심하게 하면, 그러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싶어서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하는 인간이더라 나.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멍한 상태로 지금까지 살았어. 물론 학교에서 분위기도 확 변했지. 웃지도 않고 수업시간에는 대놓고 엎드려 자다가 걸리고 수행평가 외우는거, 프린트 채우는거, 단어시험 전부 빈칸으로 제출했어. 공부 하기도 싫었고 그랬거든. 한문선생님은 무슨 일 있냐 그러고 수학선생님은 분위기 변했다고 요즘 우울하냐 하기도 했어. 그럴때마다 난 아무일 없다고 했고 그런 얘기 하고 나서는 갑자기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주변에 있는 모든게 역겨워지고 그랬어. 점점 더 심해져서 지금은 얘기 안 할때도 갑자기 숨 안 쉬어지고 토할거 같고 그래. 그래서 위클래스까지도 가볼까 생각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위클은 가지 말라는 글을 많이 봤어. 비밀보장 하나도 안돼고 더 주시하는 학생만 된다고. 그래서 위클은 안 갔어. 그냥 아무한테도 얘기 안하고 혼자서만 힘들어했어. 학교에서는 멍하게 앉아만 있다 오고 집에서는 아무일도 없는척 억지로 웃고 그런 생활을 반복했어. 근데 오늘 한문 있었거든? 지금까지 한 수행평가 확인하는데 단어 음 쓰는 시험, 명절 엽서, 프린트검사 이렇게 3가지 항목인데 난 이거 3개다 하나도 안했거든. 엽서는 제출도 안했고 시험은 빈칸, 프린트도 빈칸으로 냈어. 그래서 당연히 점수는 엉망이었지. 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별로 신경도 안 썼어. 근데 확인하러 나갔는데 선생님이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거야. 아까 얘기 했는데 무슨일 있냐고 처음으로 물어봐준 선생님이었거든. 그래서 조금은 이해하고 있겠지 했는데 그 눈빛 보는순간 주변이 다 사라지고 아까 말했던 그런 공황상태가 되더라. 거기다 머리도 어지럽고. 진짜 힘들었어. 근데 이젠 다 잊으려고. 다 잊고 다시 하려고. 성적은 잘 안나오겠지만 일단 수업시간에 이해 못해도 멍하니 있거나 ***는 않으려고. 쓰라는거 쓰고 하라는거 하고 그렇게 살려고. 감정 다 지우고 살려고. 겉으로만이라도 괜찮은척 밝은척 하려고. 나 할 수 있겠지? 못해도 해야만 하겠지? 내일 학교 가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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