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며칠 전, 우리는 헤어졌다. 1년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사귀었지만, 깊었던 서로의 감정만큼 미련도 많이 남았겠지. 헤어지던 날에 생각보다 타격이 커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못한게 자꾸 생각이 나고 마음에 걸리더라. 그래서 네가 아마 *** 못할 곳에서 혼자 궁상맞게 끄적여보고 있는 거 같다.
사실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그냥 친한 친구 사이에서 감정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던 서로의 마음이 무슨 이유로, 어디서부터 식었는지, 왜 내가 지금 너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
네가 한 고백 대답 대신 내가 먼저 한 입맞춤, 생일 날 내가 만든 케이크를 보며 비주얼은 별로지만 맛있다며 먹어주던 너의 표정,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를 못 타는 나를 위해 잡아준 손, 내가 투정 부리고 모진 말 할 때에도 매번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안아주고 날 잡아줬던 너.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반성할 줄 알았던 너의 예쁜 마음. 이 모든게 네가 친구와 나눈 말 몇 마디로 뒤틀렸다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처음엔 실감도 안났다, 믿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널 더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분노와 널 향한 원망이 도저히 사랑으로 감싸지지가 않더라. 그래서 무작정 이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지니 막상 허전하긴 했지만 만날 사람도 많았고, 공부를 하니 좀 견딜만 했다. 네가 연락해주고 잡아준 약 3달간의 공백기를 그렇게 흘려보냈다. 늘 너에게 성숙을 요구했던 나지만, 정작 성숙하지 못했던건 나였다. 그 후에 우리가 만났을 때, 네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여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화도 났고. 그 이후에 후폭풍이 와버려서 주제 넘은 행동이였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에게 연락을 했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나도 참 웃기는 사람이지. 아무튼 그 계기로 돌고돌아 우리가 재회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재회 후에도 우리는 순탄하지 못했다. 둘다 감정이 전 같지 않았고. 나는 너의 자신없다는 말에 불안해 더 투덜거리고 상처줬던 거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더 식어가고 있었던 거같다. 내가 또 너처럼 날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또 이렇게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날 괴롭게 만들었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식어가는 감정을 서로 부정하다, 결국 마지막에는 내가 미련과 정으로 관계를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재회 후 한 달이 좀 안되는 시간을 끌다가, 끝날 것 같지 않던 우리도 결국 이별을 맞이했다. 난 만나서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넌 시간이 지나도 감정에 변화가 없을 거 같다며 그냥 지금 정리하는게 맞는 거 같다고 얘기했다. 항상 날 잡아주던 네 입에서, 수도 없이 예상했던 끝내자는 그 말을 듣고 너를 붙잡을 생각도 들지 않았고, 눈물도 나지 않았다. 감정을 되돌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감정이 뜻대로 되지 않아 서로 고맙고 미안한 점들을 얘기하고 마무리를 하려는데, 네가 그래도 헤어지는게 슬프지않냐며 먼저 눈물을 흘려 적잖이 당황도 하고 마음도 아팠다. 감정은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는걸 너무 잘 알기에, 네가 식은 감정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이성과 나랑 했던 모든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다라고 얘기하니, 너도 그 생각에 맞장구 쳐주며 나에게 미련이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고 하고, 나름 긴 시간동안 나와 감정을 나누고 같이 추억을 만들어 나갔으니 당연한 얘기겠지.
첫 이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너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만 같아 아직까지 마음이 좋지 않다. 나중에 웃으면서 볼 수 있게끔 서로 노력하기로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자신이 없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서로 말하면서 행복하라는 말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내 눈물이 너의 발목을 잡는건 원치 않았기에 흐르긴 했지만 그래도 참으려 애썼다. 악수하고 안으며 이젠 이런 것도 못하겠네라는 말을 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정말 무너질 거같은 마음을 추스르고 응원할게, 잘지내라는 말을 끝으로 온갖 쿨한 척을하며 급하게 자리를 뜬 것 같다. 넌 내가 눈에서 안보일 때까지 내 뒷 모습을 보고 있더라.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거운 단어인줄, 그 때 처음 알았다.
너와 헤어지니 시간은 또 왜 이렇게 안가는건지. 몇 달은 된 거같은데 이제 고작 며칠이다. 난 아직까지 너의 흔적과 너의 생각들로 가득한데. 서로가 서로에게 했던 약속들, 고백들도 전부 마음에 밟힌다. 헤어진 이후로 잠도 엄청 설친다. 아직도 네가 계속 꿈에 나온다. 가슴이 답답했다가, 철렁하기도 했다가. 우리의 마지막 대화와 너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학교에서는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들과 같이 지내는 모습을 마주칠까봐 네 친구들 소리만 들려도 피해다니기 바쁘다. 멍청한 짓이지만 난 너의 SNS를 자주 보기도 한다. 언제 마지막으로 활동했는지, 프로필이 바뀌진 않았는지, 내가 생각해도 진짜 이런 ***가 없다. 또 처음으로 연애상담을 받겠다고, 타로를 보겠다고 돈도 꽤 많이 써봤다. 너도 내가 의지할 친구가 없다는건 잘 알거다. 그래서 오픈 채팅방에서 내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고, 이곳저곳에 익명의 힘을 빌려 내 마음을 털어놨다. 이렇게 너와 같이 만들어나간 추억의 날을 무디게 만드려 발버둥 치고 있다. 이쯤되니 나도 너의 마음을 모르겠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더라.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이별을 예상하고 있어서인지 우리의 첫 이별보단 성숙해졌고 덜 아프다는거다. 딱 예상한만큼, 눈에서 보이지 않는 만큼만 덜 아프다. 근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자주 공허해지면서 미련인지 정인지 모를 감정이 문득문득 나를 옥죄여 온다. 너도 그럴까?
네가 지금 너무 바쁘고 중요한 상황을 겪고 있으니, 모든 일이 정리되고, 사실 네가 후폭풍을 겪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 반응과는 무관하게 나에게 친구로서 연락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안다, 내가 이기적인거. 근데 자꾸 욕심이 난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지만, 날 잊진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너와 재회를 하고 싶단 말은 아니다. 사실 잘 모르겠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긴 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혼자 노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내가 너에게 감정이 남은건지 미련이 남은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또 이렇게 이별을 마주했을 때 지금처럼 공허하고 힘든 마음을 내가 또 다시 다잡을 자신이 없다.
너로 인해 애정표현 없던 내 무뚝뚝한 성격이 바뀌기도 했고, 가슴 벅찰만큼 사랑받는 느낌이 뭔지도 느껴본 것 같다. 우리 둘 다 처음으로 이런 사랑을 해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후회도, 아쉬움도 너무 많이 남아 그만큼 널 떠나보내는게 아프다. 우리의 사랑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아서 더 미련이 남는가봐. 사귀는 동안 사랑받는 기분이 뭔지 알게 해줘서 고마웠고, 몇 번씩 모진 말들로 널 대했던게 너무 마음에 걸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그 동안 내 비위 맞춰주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우리가 정말 인연이라면 다시 만날거라 믿고 있을게. 그때는 꼭 우리의 타이밍이 맞길 바라며,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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