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정말 긴 이야기에요. 약 10년의 이야기네요. 우선 저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때 학원에서 알게 된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가 잘해주고 서로 꾸준히 연락도 하다가 제가 고 3때는 그 아이동네로 보러가기도 했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첫사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마음을 많이 줬습니다. 그 친구가 조울증에 거식증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게 가정폭력 때문이라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 친구도 저를 많이 좋아해줬지만 저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많이 표현해주지 못했어요. 그 친구가 그 당시 신병과 가정폭력에 많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도 몰랐구요. 어느 날 그 친구가 뜬금없이 제가 싫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로 얘기했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심장을 잃은 기분에 아무런 감정도 느끼질 못했었어요. 슬프지도 않고 텅 빈 기분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저한테만 잘해줬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차가웠어요.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제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제가 관심가져주기를 원했던거일지도 몰랐겠네요)
그리고 사람을 믿지 않은 채 약 2년정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더군요. 내가 죽으면 어떨것 같아? 라구요. 저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랐어요. 그리고 나에게 상처 준 그 사람이 무서웠습니다. 슬플 것 같아 라고 답변을 했어요. 제가 전화를 해서 무슨일인지 물어봤다면 그 사람은 자살시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도 무서워서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겁쟁이 같죠. 병원에서 조차 그 사람을 포기했다고 했을 때 저는 그 사람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음 한 편에서는 이미 포기했던 것 같아요. 네가 한 결정인데 내가 뭐라고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라고요.
그리고 저는 해외로 유학갈 기회를 얻게되었고 거기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우울하고 부정적이었던 제가 정말 180도 바뀐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었어요.
카톡 추천에 뜨는 그사람은 남자친구도 있고 다행히 잘 지내는 것 같아보였습니다. 그 사람의 행복을 빌었습이다. 자주 제 꿈에 나오기는 했지만 막상연락을 해본건 그 문자를 받은 후로부터 아마 2년후 일거라고 생각되네요. 잘 지내냐는 제 연락은 당연히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말로는 육성으로 제 욕을 하며 차단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2년 후에 또 다시 그가 꿈에 나왔었나봅니다. 그 때는 연락을 받아줬었대요. 휴대폰을 바꾸면서 차단이 풀렸었던 것 같다고 하네요. 그렇게 언제한 번 보자 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왠지모르겠지만 사실 보기가 무서웠던것 같아요. 그리고 2년후 올해, 다시 제 꿈에 그가 나와 이번엔 정말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연락했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를 만나 그 동안 살아온 얘기를 하고 제가 많이 좋아했었다고고백도 했었어요. 그 친구도 저를 많이 좋아했었더군요.
성인이 되면 끝날 줄만 알았던 가정폭력에 수도 없이 자해를 했다고 했지만 저는 그게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나름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제가 감히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저도 어렸을 땐 죽고 싶다고 손목을 그어보려했지만 결국엔 제대로 못했었기에.. 힘줄이 끊어질 정도로 손목을 그었다던 그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수도 없이 많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해 왔고 그때마다 기적처럼 살아돌아왔습니다. 8년만에 만나 예전이야기들을 하며 그 친구의 마음을 들었습니다.
그 문자는 그 친구가 정말 마지막 자살시도를 하기전 문자였고 3명한테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 때 바빠보였던 제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후에도 울면서 고민하다 약을 마셨고 엄청난 고통 속에 삶의 경계선을 드나들며 싸울때도 괜찮냐 문자 하나 없었던 제가 미웠다고 합니다. 그 뒤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모두 져버렸나봐요. 친구는 다 가식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사람은 이용하는 존재로만 인식을 했다고 합니다. 5년넘게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미안함에 온몸이 떨렸습니다. 내가 잡아주지 못해서 내가 어리고 어리석어서 그를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8년만에 나타나서 네가 좋다며 거의 매일같이 그가 힘들지 않게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약 두달 정도. 그 친구가 신기가 있어서 미래를 대충 보는데 저랑 같이 사는 미래를 봤다고 했어요. 제가 와주는걸 고마워하기도 하고 저는 그가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같은 사람이라는 말도 많이 해줬습니다. 그 뒤로 그 친구와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졌다가도 문득문득 제가 까불대면 미워서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저는 그 친구의 옆에 있어주지 못한게 너무나도 한스럽고 미안하지만 그 상황을 만든 그 친구의 부모와 그 상황들이 잘못한거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기억력이 무지 좋습니다. 반면 저는 해외생활 이후로 그 전의 기억들을 지우려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아주 오랫동안 그 친구와의 일을 잊고 살았습니다. 제가 과거를 쉽게 잊고 너무 우리의 행복한 미래만을 그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사람을 다시는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 친구가 저를 좋아했고 또 좋아한다는 것을 안 이상 평생 잘 해주고 싶고 평생 좋아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자리를 잡고 이 친구에게 다시 믿음을 얻고 이 친구를 편하게 해줄 때까지 적어도 몇 년은 기다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건강한 연애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 이 친구가 저를 좋아하지만 문득문득 미워한다면 조금 슬플 것 같습니다. 오랜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친구가 저를 미워하는 마음이 줄어드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요?
쉽지 않을 거란 거 압니다. 이 친구와 제가 언젠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이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절대 가벼운 문제가 아니기에 전문가의 조언 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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