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까지 내리는 꽃 [창작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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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겨울까지 내리는 꽃 [창작시] 사랑하다 지친 누군가 아직 겨울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봄에 핀 꽃을 급히 따기 위해 무리해서 손을 뻗고 지친다 다시 무리하고 다시 지치고 다시 무리하고 다시 지치고 꽃은 아직 나를 향해 펴있으니 꽃도 나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꽃향기가 어느새 떠나보낼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에 가득 베어있었다 어느날 꽃이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보고 있었다 나의 무능력함을 알아채기라도 한것일까 내가 꽃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것을 안것일까 내가 꽃의 향기를 담지 못하는 그릇이라는 것을 안것일까 내 보이지 않던 면을 알아버린것일까 이런 생각에 하루하루 잊혀지지 않은 꽃향기를 생각하며 나 홀로 차가운 비를 맞았다 지금 꽃이 보고 있는 이는 얼마나 멋진 사람일까 지금 꽃이 보고 있는 이는 벌써 꽃을 얻었을까 지금 꽃이 보고 있는 이는 숨겨진 면이 없구나 지금 보이는 이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한 꽃만 보며 봄과 여름을 견뎌 왔는데 가을이 다가오니 꽃이 나에게 떨어지지 않아 꽃에 닿지 않아 꽃은 나를 보고있지 않아 더욱 초조해만 갔다 내가 만약 조금만 더 팔이 길었다면 내가 만약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내가 만약 조금만 더 차분했다면 내가 만약 조금만 더 밝은 빛을 냈더라면 내가 만약 조금만 더 잘났더라면 진작에 꽃은 내 손에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꽃이 아닌 가시를 마음에 안고 살아갔다 이렇게 가시로 인해 생긴 상처 하나하나에도 슬프게도 베여있는 꽃향기 때문에 꽃을 잊지 못해 꽃을 지우지 못해 꽃을 포기하지 못해 계속하여 나의 존재를 알렸다 일부러 꽃이 눈치챌 수 있도록 태양빛을 몸으로 막아서기도 하였고 물을 조금씩 뿌려가며 나의 존재를 알리기도 하였다 내가 아직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꽃에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내가 너를 보고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까닭에 머리가 몸을 조종하지 않고 몸이 머리를 조종하였다 아, 하지만 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꽃은 내가 아직 있다는 것을 알아챈게 아닌 꽃의 생에 방해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처음부터 꽃은 나를 인식한적 없었다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던것도 내 뒤에 있던 밝은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고 꽃이 돌아선 것은 내게 마음이 떠나서가 아닌 내 위에 있는 밝은이가 떠났기 때문이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되었지만 이미 꽃향기에 찌들은 내 마음은 그 진실을 거부하며 계속해서 꽃을 향했다 그럴수록 내가 잡은건 꽃이 아닌 가시였고 늘어나는건 꽃향기 뿐이었다 이미 너는 내 생의 전부가 되어있었다 아직 꽃이 지기까지는 시간이 있다 그 전까지 내가 더 밝아질까? 그 전까지 내가 꽃에 닿을까? 그 전까지 꽃이 나에게 돌아설 수 있을까? 차라리 꽃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이 향기는 더 채워지지 않고 조금씩 날***텐데 하지만 겨울은 아직 너무도 많이 남았다 그 전까지 꽃을 내 양손에 잡아 이 향기를 코끝으로 맡을 수 있을까? 더 이상 뾰족한 가시가 아닌 달콤한 꿀이 담긴 향기로운 꽃으로 상처난 내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아직 꽃이 지는 겨울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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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tjmt
· 6년 전
"사랑하다 지친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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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l01
· 6년 전
우와..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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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awnc
· 6년 전
그림자 (답시) 맑은 파랑 지붕 아래 하늘하늘 춤추는 꽃송이. 지붕에 매달린 눈부신 뜨거움을 바라볼 때 어디선가 다가와 드리우는 그림자 하나. 그것은 파란 지붕을 맴도는 하얀 구름 한조각일까. 꽃송이에 앉아 인사하는 나비의 날개짓일까. 한껏 미소띈 얼굴로 잡아채가는 억센 누군가의 손아귀일까. 그저 흘러 지나가는 이름모를 무언가일까. 그림자는 자꾸만 꽃을 맴돌아***만 자꾸만 꽃송이를 흘려보낼뿐 아무것도 닿지를 않네.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는 이름 모를 슬픈 그림자니까. 꽃송이를 한없이 맴도는 그림자여, 꽃송이가 그리워 마주하고 싶거든 그대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인지, 반갑게 인사하는 나비인지, 미소 가득한 욕심쟁이 인지, 어서 그대의 모습을 보여주시게. 재빠른 꿀벌 한마리가 꽃송이 품에 안기기 전에. 만물이 숨어드는 차가운 겨울이 어느샌가 훌쩍 다가와 꽃송이가 시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