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도 용기가 없어 누군가라는 이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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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안녕하세요. 지금도 용기가 없어 누군가라는 이름 뒤에 숨은 채 글을 올리는 고3입니다. 수능이 일주일 남았지만 제 고민은 학업 관련이 아닙니다. 저는 너무 괴롭습니다. 저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엄마는 저를 매우 아끼시고 아빠도 저와 제 동생 끔찍이도 생각해주시며, 제 동생과도 잘 지내는 편입니다. 가정폭력도 없었고,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 밥 굶고 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정에서 살면서도 제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너무 힘이 듭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아뻐의 휴직은 저를 너무 빨리 철 들게 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어야 했는데, 엄마는 가끔 저에게 아빠에 대한, 그리고 우리 집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소연하듯 털어놓으셨습니다. 아마 아빠의 욱하는 성격이 무서워서 저에게 이야기하셨을 겁니다. 고작 초2가 뭘 알겠어요. 저는 제 자아도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집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무언가를 사 달라거나 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내성적이었던 저는 점점 더 제 자신 속으로만 파고들었고, 책 읽고 혼자 그림 그리거나 피아노 치는 일 이외에는 친구와 대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거의 2마디 할까 말까였으니까요. 그래도 집에 오면 말문이 트였습니다. 참 이상했죠. 매일같이 우리 집의 안좋은 사정만을 들으며 지낸 저인데도 집에만 오면 말이 트이니 참 기이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3학년이 되었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심각해졌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라면 2009년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상담은 굉장히 거리가 느껴지고 안 좋은 것으로 여겨졌었습니다.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은 '정신과 갔다 오면 전과기록처럼 계속 따라다닌다'였습니다. 사실 제 정신상태의 결함이 너무나도 심각했기에 엄마에게 이야기했었습니다. 연예인들도 많이 겪고, 일반인에게도 흔히 찾아오는 공황장애가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고작 10살이었는데 말입니다. 학교에 있다가도 갑자기 숨이 가빠져오면서 주변에 이질감이 느껴졌고, 세상이 온통 파란색으로 일렁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절대 잊지 못하는 감각입니다.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불안감의 유무는 상관 없었고, 시시때때로 갑자기 찾아오니 저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나중에야 그 증상이 공황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황상태는 5년간 지속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지금은 증상이 거의 없지만, 그 감각이 되살아나려 할 때마다 너무 공포스럽습니다. 심장이 미칠듯이 뜁니다. 손이 덜덜 떨리고 땀이 *** 듯 나요. 불안하지는 않아요. 저는 앞에서 말했듯 행복한 사람입니다.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졸업할 때 쯤 제 정신상태의 균열을 하나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제 행동에서 나타났는데, 분노하지 않아도, 그리고 분노하면 더 심해졌습니다. 이 행동들은 굉장히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하고 이는 제 인생 최대의 고민입니다. 엄마는 제가 그저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고만 생각하셨습니다. 맞아요. 저는 호기심이 정말 많았습니다. 한창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때에 물고기들을 많이 길렀어요. 저는 단순 호기심에 집에 있는 손소독제를 어항에 풀었습니다. 당연히 물고기들이 몇 마리 죽었고 엄마는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거짓말 했어요. 그냥 밥 많이 먹어서 죽은 거라고요. 그 이외에도 저는 포털 사이트에서 여러 사람인 척 많은 닉네임을 써가며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저를 속였습니다. 비판,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현실에서 풀지 못한 답답함을 그런 식으로 푸는 것은 안 될 일이었는데 말이죠.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우울증이 심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말이 일상이었고 그냥 그 말 자체가 저였습니다. 친구들이 안 떠나간게 신기합니다.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많이 힘드네요. 그래도 전 행복합니다. 현재까지도 저는 분노하기 시작하면 저를 감당하기 힘듭니다. 상담 받아볼 생각도 많이 했고 실제로 받았습니다. 뻔한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화가 나면 제어가 안 돼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하게 돼요. 어떤 사람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면 물건을 집어 던지고 머리를 벽에 밀치고 때리는 상상을 해요. 실제로 행한 적은 많이 없어요. 이어폰도 잘라 봤고 거울도 깨뜨렸어요. 그런데도 제 분노는 풀리지가 않아요. 전 제가 너무 무서워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은 그저 마인드컨***이 필요하다 따위의 말 뿐이었습니다. 당연하죠. 제 성격 제가 못 참는 거 어쩌겠습니까. 실행은 하지 않더라도 저는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서운 일들이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요. 저는 분명 행복한 여고생일 뿐인데도 이렇게 생각이 많습니다. 요즘은 '행복하다'라는 기분을 몇 주 느낀 뒤 갑자기 며칠동안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 속이 텅 빈 느낌만을 느낍니다. 세상이 파랗게는 아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울렁거립니다. 어릴 때부터 10년을 느껴온 이 울렁거림은 멈추질 않네요. 친구를 만나도 계산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분명 작년까지는 정이 너무 많아 탈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나라는 틀 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섬뜩해지더라고요. 그렇게도 싫어하고 힘들어했던 그 틀을 겨우 깨고 정상적(?)으로 인간관계를 만들며 산지 3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 저라는 사람이 정말 무섭고 두려워요. 하고 싶은게 참 많아요. 저는 꿈이 있었고, 현재도 꿈은 있으나 현실적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어릴 때의 나와 얼마 전의 나, 현재의 나가 서로 전쟁을 벌이는 듯 머릿속에서 부딪힙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죄송하지만 저게 최선의 비유입니다. 대체 저는 뭘 어떻게 해야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울. 공허. 허탈. 이 세 개의 송곳이 저를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발악했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즐거우려고 발악했는데 너무 괴로워요. 행복함과 우울감을 넘나드는 게 더 힘들어요. 세상이 온통 회색이었다가 무지***이었다가 하는 것은 제게 너무도 큰 혼란을 줍니다. 끔찍하고 행복해요. 과연 저는 행복한 걸까요. 이러다가 점점 저를 저 자신에게 가둬버리고 사람을 싫어하게 될까 무서워요. 이게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입니까. 제가 한낱 벌레보다 낫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행복해요. 행복하고 앞으로도 쭉 행복하고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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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답변 1, 댓글 6가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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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영 상담사
2급 심리상담사 ·
6년 전
안녕하세요 마카님. 엔젤입니다. 수능이 일주일 남았지만 마카님의 고민은 학업이 아니라 현재 분명 행복하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기저에 심리적 괴로움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와 같은 마음의 상태에 의문을 가지고 명료하게 이해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마카님이 가진 내면의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이 크겠지만, 차근차근 마카님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카님의 글을 읽어보면서 든 생각은 이성과 감정 간의 불일치입니다. 둘 간의 괴리가 막연한 부적절감이 들게 하고, 스스로를 납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글에서 마카님이 여러 차례 말한 내용 중 "저는 분명 행복하지만, 너무 괴롭습니다" 라는 말이 내면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갈 중요한 단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성과 감정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체계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감정을 해석하는 스키마를 발달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스키마는 스스로 생존과 적응에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여겨지는 신념체계를 발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마카님이 그런 스키마를 가질 수밖에 없던 상황인지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해해 보려고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스키마는 불변적으로 고정된 견고한 구조가 아니라 경험에 의해 지속적으로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예요. 글을 읽으면서 저는 마카님이 이제까지 심리적 고통이 느껴지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지내지 않았는지 궁금한 마음이 생겼어요. 그리고 슬픔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은 마카님이 처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그러한 경험을 이제까지 학습해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카님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니예요. 어쩔 수 없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키마를 조절해왔던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제까지 슬픔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적 정보는 마카님에게 두렵고, 부담되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감정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에게 전달하***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충분히 보듬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주면서 다가오게 됩니다. 마카님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은 지금 내 인생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빠져 있음을 알려주는 기능을 해요. 마카님의 마음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주고, 보듬어 주세요. 부디 마카님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제까지 그렇게 힘이 들었던 만큼 마카님은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분이예요. 엔젤이 진심을 담아 응원하겠습니다. #불일치 #부적절감 #스키마 #감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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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8
· 6년 전
행복하세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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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yj
· 6년 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아요 힘들겠지만..저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공황장애도 작성자님아랑 비슷하게(심장이 ***듯이 뛴다던가 학교에서 갑자기 심장이 뛴다던가 불안 손떨림 등)겪어봐서 고통을 알아요..얼마나 힘든지.외롭고 괴롭고 많이 힘드시죠.. 저는 사람들한테 제 상태를 말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어요 근데 다들 이해를 잘 못하시더라구요..왜 사람과 있는게 무서운건지..왜 그런 증상들이 나타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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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d9
· 6년 전
왜 꼭 행복해야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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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itome
· 6년 전
사람이 꼭 매순간 행복할수는 없죠.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행복하지 않은 순간 보다 많기를 바래야죠. 나름대로의 노력과 함께라면 언젠가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와도 행복할때를 기대하며 앞으로 나***수있는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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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bul
· 6년 전
글쓴이분의 고민과는 다른 말이지만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글을 잘 썼다고 느낀 건 글쓴이님이 감정을 억눌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글쓴이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성적이여서 담담하게 너무 감정을 억누르지말고, 괴롭거나 고통스럽거나 힘들거나 슬프거나 외로우면 그 감정을 표현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표현이 안된다면 그 감정이 들 때, 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면서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수용하고 충분히 느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아무개지만, 그래서 제가 하는 말이 감히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봐 글을 올려봐요. 글쓴이님의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