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열등감과 자격지심, 나보다 좋지 않은 상황을 가진 사람을 보며 느끼는 건 안도감 보다는 우월감, 자만감. 거울을 보면서 솔직히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고 느끼다가도 내가 거울을 보면 지나가는 누군가가 쟤가 거울도 보냐, 하고 비웃을 거 같고 가끔은 내 다리가 정말 얇아보이다가도 언젠가 보면 두꺼워보여요. 다리가 얇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 그걸 유일한 신체의 장점이라 삼고 좋아했는데 그 수준이 더 높아져서 저도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만 쳐다보면서 제 다리랑 비교해요. 나보다 얇으면 부럽다. 내 다린 왜 겨우 이 정도지? 하고 나보다 두꺼우면 뭔가 모르게 우월감과 자만감을 느껴요. 그러다가 선배한테 연락도 오고 인맥도 넓고 얼굴도 예쁜 친한 애를 보면 속으로 엄청난 열등감을 느끼는 거죠. 내 얼굴이 예뻤으면 좋았을 텐데, 내 얼굴이 예뻤으면 하고. 학교에 예쁜 애들을 보면 저 얼굴을 내가 가지고 싶고 내가 얼굴이 예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하고. 나중에 꾸미면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꾸밀 때면 쟤네도 더 꾸미고 있을 거잖아요? 결국엔 답이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거죠. 열등감이 너무 심한데 그 안에선 우월감이 더 심하게 몸을 말고 숨기고 있어요. 열등감을 느낄 때면 그냥 나 자신만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상대방에게 퍼붓는 비속어와 욕들도 너무 많아서. 누가 가끔 나를 쳐다보면 꼴에 도끼병이라도 걸린 건지 무슨 내가 순정 드라마 여주인공 같이 생각하고ㅋㅋㅋㅋ생각하니까 웃기네. 그러다가 단체사진이라든가 친구가 몰래 찍은 사진이라든가 그런 걸 보면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다 뻥이라고 여겨져요. 못생겨서. 너무 자괴감이 들어요. 그런 주제에 누가 나보다 못생겼고 누가 나보다 예쁘다 하고 순위를 매기고 있으니까. 나보다 못생긴 애를 볼 땐 우월감에 빠지고 예쁜 애를 볼 때면 쟤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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